2020년 개원한 21대 국회가 하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미 여야가 했던 약속을 더불어민주당이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면서다.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이 맡게 된다.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난해 7월 여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21대 하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말을 바꾼 것이다.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는 “후반기 2년 원구성이 국회법에 따라 새롭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법적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역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공방은 계속돼왔다.  법사위는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가기 전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격으로, 법사위는 법안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현재 헌법이 제정된 후 1988년 13대 총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야는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야 한다는 데 동의해왔고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의장과 법사위원장 두 자리는) 서로 다른 정당이 맡는 게 협치를 위한 여야의 상호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의장-법사위원장 '배분'은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깨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비례정당을 포함해 180석 이상을 차지한 후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민주당이 국회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은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라고 합의한 만큼 현재 법사위원장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은 정권을 뺏긴 후 부리는 '몽니'에 불과하다.  원내대표가 바뀌면서 여야 합의도 바뀐다면 원내대표를 임기제 선거로 뽑을 이유가 없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자신의 말이 얼마나 앞뒤가 안맞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