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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정권을 보내며 쓰는 반성문

성공하는 대통령 옆엔 비판적 지지자들이...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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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하긴 했다. ‘문재인 정권이 잘못 걸렸구나’ 2년 전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을 인터뷰할 때였다.

김 회장이나 납세자연맹은 정치적 성격이 없다시피 한 단체다. 굳이 따지자면 어느 시기는 소위 진보 쪽과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민주당과 정의당이 여는 세미나에 참석하곤 했으니 말이다. 보수 정권의 세금 행정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박근혜 정권 시기 담배값 인상 때는 매우 세게 정부를 비판했다.


이런 단체의 회장이 문재인 청와대, 정확히는 김정숙 여사 옷값과 도시락값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했다기에 주의깊게 들었다. 예사 내용으로 들리진 않았다. 그 내용을 인터뷰에 담았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2009100025 ) 기자가 부끄러운 건 기사 이후의 일이다.

 

청와대는 정보 공개 소송을 지연시켰다. 해외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통해 소송 관련 내용에 대한 해외의 사례를 요구하는 등 1년 이상 소송이 늦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일개 시민단체가 2018년부터 청와대와 긴 투쟁을 벌이는 동안 국내의 어떤 언론도 김정숙 여사 옷값과 청와대 도시락값 소송에 주목하지 않았다.


사실 언론이 해야 할 일이었다. 언론이 청와대에 질문을 하긴 했다. 청와대 워크숍에서 대통령과 참모진이 먹은 도시락값 논란(‘황제 도시락’)에 대해 조선일보 기자가 물었다. 당시 조선일보에 보도된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유명 호텔로부터 도시락을 납품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호텔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 품질관리를 위해 유명 호텔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있지만 시중가의 50~60% 사이에서 계약했다. 대통령이 드시는 식단의 비용을 언론에 공개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맞다. 대통령이 드시는 식단의 비용을 언론이 일일이 알 필요는 없다. 이 쪽에서도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 식사가 국민의 세금으로 준비되는 거라면 국민에겐 알 권리가 있다. 그때는 어찌어찌 넘어갔는데, 지금 보면 신정(神政)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답변이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시민의 권리, 정보 공개와 알 권리, 나아가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에 대한 기본 관념을 전혀 갖추지 못한 듯하다.

 

 청와대가 저런 답변을 하는데도 그대로 넘어간 건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사회 전체의 수치다. 시민의 권리를 중시한다는 참여연대, 민변 등 어느 시민 단체도 이 문제에 입을 열지 않았다.


기자의 부끄러운 변명을 늘어놓아 보자면, 어느 순간부터 포기했던 것 같다.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할까.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났다. 적폐 청산이라며 정유라를 순식간에 중졸로 만들어놓은 정권이 아들 딸의 학업(아들의 경우는 대학교 시험 대리시험)에 부정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 인사(조국 교수)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했다. ‘다주택자는 범죄자’라더니, 청와대 근무자 중 태반이 다주택자였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통이라더니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야당의 동의 없이 고위 공직자들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 임기 동안 34명의 고위 공직자가 ‘야당 패싱’으로 임명됐다. 야당이 아무 근거 없이 반대한 것도 아니다. 청와대가 2017년 11월 내놓은 ‘고위 공직자 원천 배제’ 사유인 ‘병역 면탈, 불법 재산 증식, 세금 탈루, 위장 전입, 연구 부정 행위,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에 줄줄이 걸리는 인사들이었다. 교육부장관에 자녀를 위장전입한 인사(유은혜)를 임명했으니 뭘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여성 인권을 중시하는 정권이라더니 ‘친구들과 여중생을 섹스 상대로 공유했다’고 책에 쓴 인사(탁현민)를 정권 끝까지 청와대에 중용했다. 이 자는 '문 대통령을 퇴임 후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린다'며 이제는 스스로 개를 자처하고 있다. 살다살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게 해준 것도 성인지 감수성이 좋다고 자부하던 문재인 정권이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관사 테크’로 흑석동 다주택을 거머쥐어 ‘재개발 일타강사 흑석겸 선생’으로 유명해진 김의겸 의원, 별 설명이 필요 없는 윤미향 의원은 여전히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남북연락사무소는 폭파되고, 우리 공무원이 바닷물 속에서 총살당했다. 북에게서 ‘삶은 소대가리’ 얘길 듣고(역시 살다살다 처음 들은 호칭이다), 미사일은 펑펑 머리 위를 지나가도 문 대통령은 평화가 왔다며 종전협정에 매달렸다.

 

아무리 비판해도 현실이 바뀌지 않는 세월이 이어지자 지레 포기한게 아니었을까. 혼자 써보는 반성문이다. 납세자연맹은 포기하지 않았다. 진영 논리와 상관없이 ‘세금’이라는 자신의전공 분야에 집중했다. 문재인 정권의 민낯은 전망 좋은 의원회관을 차고 앉아 의석 수가 적다며 하소연하는 야당 의원들이 아니라, 물러가는 권력에나 칼질하는 사법부가 아니라, ‘이니 하고싶은대로’ 하라며 정부의 실책엔 철저히 눈감은 거대 시민단체가 아니라,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민들의 후원금을 받아가며 소송장을 작성한 작은 시민단체가 벗겨냈다.


기자의 우려는 이제부터다. 납세자연맹은 보수 우파 단체가 아니다. 정부의 세금 행정을 감시하고 납세자들의 권리 찾기를 돕는 단체다. 공정한 비판을 위해 정부 보조금은 한 푼도 받지 않는다.(납세자연맹을 응원하려면 홈페이지로 들어가거나 전화를 걸어 후원을 하면 된다)

김선택 납세자연맹은 선진 행정의 대표국인 스웨덴의 사례를 몇 년동안 들이파며 연구했다. 

 

이렇게 쌓은 노하우로 5월부터 윤석열 정부를 지켜볼 것이다. 당장 특활비 문제를 지적할 테고,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문제를 제기할 터다. 문재인 청와대에 잽을 날렸다며 응원하던 보수 성향 시민들이 태세를 바꿔 납세자연맹에게 눈을 흘기는 광경만은 보고싶지 않다.


성공하는 대통령 옆엔 무슨무슨 핵관들이 아니라 비판하는 지지자들이 있다. 21세기의 지도자 중 가장 성공한 지도자 중 한명으로 독일 메르켈 총리를 꼽는다. 총리 선거 유세 때였다. 상대편이었던 슈뢰더 전 총리가 메르켈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보나마나 패배할 것”. 그러자 메르켈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의 그 말까지 존중한다.” 

 

메르켈.jpg

지난 2015년 4월 3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의 22년 단골 수퍼마켓에서 직접 장을 본 뒤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마트에서 그와 마주친 조선일보 특파원이 촬영한 사진이다.

 

총리 취임 후 BBC와의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했다.

“뭔가 개선하고 더 나은 정책을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왜 비판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00년대를 살아내며 우리 국민들은 지겨운 일들을 많이 겪었다. 두명의 전임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가고, 적폐 청산이라며 한바탕 진영 논리의 칼춤이 지겹게 이어졌다. 역병이 찾아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이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영업자들이 있다. 마스크에 갇혀 학교도 못가고, 말을 늦게 배운 아이들이 있다. 악몽 같았던 지난 5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진영 논리를 버리고, 비판에 귀를 기울이며 성공하는 정권을 간절히 보고 싶다.

 

글=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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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kim@msn.com (2022-05-05)

    그 비판에 귀를 귀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그 비판이 거짓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또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재판 전에 누가 판단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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