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규형 전 KBS이사. 사진=조선DB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일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한 소위 ‘검수완박’ 법안을 기어코 의결, 공포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던 국무회의를 민주당 요청대로 오후 2시로 옮겨 개최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 주재하는 이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라며 “오늘 회의는 시간을 조정해 개최하게 됐다. 국회에서 통과돼 정부에 공포 요청한 경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 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심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안에 책임 있게’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전 KBS이사인 강규형 명지대 교수에게 소송비용을 물어주는 일이다.
2015년 9월 새누리당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던 강규형 교수는 업무추진비 320여만원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 말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업무추진비 유용 운운하는 것은 핑계였고, 강규형 교수를 KBS 이사 자리에서 내쫓고 그 자리를 친정권 인사로 채워넣어 KBS를 장악하기 위한 술수였다. 이에 앞서 언노련 산하 KBS본부노조는 강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명지대에 가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강 교수의 KBS 이사회 참석을 막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강규형 교수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를 쓰고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강 교수는 작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소송 관련 비용을 패소한 문재인 대통령이 물도록 했다. 5월 3일 강규형 교수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소송비용액확정’ 결정문을 받았다. 이 결정문은 ‘대통령’에게 1214만 7321원을 부담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소송비용을 지급하는 주체가 ‘자연인 문재인’도 ‘대통령 문재인’도 아닌,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강규형 교수는 "너무 오래 끌고서야 대통령에게서 변호사비 받게됐는데 불과 1200만원이다. 이걸 문재인 있을 때 받아야하는데, 까딱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에게서 받는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씁쓸해 했다.
강규형 교수가 제기한 소송은 애당초 문재인 정권이 KBS 장악을 위해 ‘업무추진비 유용’을 편파적으로 문제 삼아(강 교수보다 유용 액수가 더 많고 사안의 질이 더 나쁜 친여 이사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무리하게 강 교수를 해임하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또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정부가 항소를 포기하기만 했어도 소송이 계속되고 소송비용이 더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뒤면 퇴임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불법적인 KBS 이사 축출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소송비용은 얄궃게도 ‘대통령’인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 강규형 교수에게 물어주게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시간까지 바꾸어가면서 검수완박법을 공포할 정도로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일을 마무리 짓는 사람이라면, 강규형 교수의 소송비용도 애꿏은 다음 대통령에게 미루지 말고 자기 임기 중에 해결하는 것이 도리 아닐까? 그리고 자신의 불법행위로 국고에 손실을 끼쳤으니, 그 액수만큼 자기 돈으로 채워넣고 퇴임하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강규형 교수의 소송비용도 '임기 안에 책임 있게 해결'하고 떠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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