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국민투표 추진을 놓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힌 데 대해 교수단체가 4월 28일 ‘월권행위’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4월 27일 선관위는 국민투표 가능 여부를 묻는 언론 질의에 대해, 2014년 헌재가 국민투표법에서 투표인명부 작성에 대해 규정한 14조 1항의 ‘일부 단락’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아직까지 해당 조항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재 결정에 따라 법 개정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투표 부의는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정교모는 이 성명에서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에 따라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를 하는 기관에 불과하다”면서 “선관위가 미리 나서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최종적으로 따지는 사법부의 권한을 가로채는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정교모는 또 “선관위에게는 국민투표를 관리할 책임이 있을 뿐 거부할 권한은 없다”면서 “헌법에서 부여받고 있는 책무를 하위 법률인 국민투표법의 한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분별(無分別)의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교모는 “헌법 72조에 규정된 국민투표 조항이 하위법의 부분적 흠결로 실행이 차단되는 것은 ‘헌법마비’를 의미한다”면서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기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 “헌법기관이 헌법의 실행을 사보타지하는 것은 입헌민주국가의 수치이자 중대한 헌법 범죄”라고 비판했다.

정교모는 “선관위의 국민투표 사무 거부 행위는 헌법상 명문화되어 있는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을 하위법률의 적용 여부를 다른 기관이 임의로 해석하여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정교모는 “시행 수단인 법률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아 그 효력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선관위가 나서서 대통령이 부의한 국민투표를 가로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헌재의 부분적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관위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제한하고 나설 근거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교모는 “선관위의 무책임한 언동은 국가기관 행위의 본질인 합헌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면서 “국민투표의 합헌적 작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해왔고, 지금에 와서 새삼 헌법불합치를 근거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정을 중단하는 반역행위를 했다는 자백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헌법 개정을 위한 절차가 언제라도 작동될 수 있을 때 그 헌정질서는 정상이라 할 수 있다.

정교모는 “소쿠리 선거를 관리부실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중앙선관위의 무능과 오만이 도를 넘어 자기존립을 스스로 해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다”면서 “선관위는 국민투표 시행 과정에서 조용히 본분에 맞게 심판과 관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현직 교수들의 단체인 정교모는 2019년 9월 조국(曺國)사태의 와중에 출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 법치(法治) 훼손 등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