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가 실렸는데, 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분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사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후보 등록까지 마친 저는 빠져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박주민 의원은 “최근 오세훈 시장과 1:1 가상대결에서 근소하지만 계속 선두를 지킨 저를 여론조사에서 배제한 것은 명백히 어떤 의도를 가진 게 아닐까 한다”며 “무슨 기준으로 이런 여론조사를 했는지, 이를 의뢰한 언론(바이라인이 없어 어떤 기자인지 모르겠습니다)과 조사를 실시한 업체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이 문제 삼은 여론조사는 바로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서울시 거주 성인남녀 812명을 대상으로 14~15일에 실시한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해당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물었더니 22.4%는 이낙연, 20.3%는 송영길이라고 응답했다. 

이낙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안에 해당하는 2.1%p다. 즉, 통계적으로 두 사람의 우열을 가르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이어서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9%,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5.8%,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7%로 뒤를 이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오래전부터 의사를 밝혔고, 경선 후보 등록까지 한 박주민 의원의 경우에는 현재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상 그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를 두고 ‘명백한 의도’ ‘작전 세력’ 운운하는 식의 주장을 했다. 

그렇다면 박주민 의원이 이 같은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전에, 그 자신이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처럼 해당 여론조사를 의뢰한 미디어트리뷴 또는 수행업체인 리얼미터에 왜 ‘박주민’이란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지 확인했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박주민’을 경계할 세력, 그를 배제해야 할 ‘정치적 동기’를 추정하기 어렵다. 그럴 만한 이유가 객관적으로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근거 부족한 주장을 펼치기 전에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나서 의문을 제기했어야 한다.  

                                       출처=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해당 여론조사 진행 과정에서 정말 ‘박주민’이란 성명을 제외했는지, 여론조사 결과 박주민 의원이 대외에 공개해야 할 정도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는지 먼저 확인하고 불만을 제기해야 한다. 왜 박 의원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서는 글을 쓰기 전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까.

통상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지율이 무의미한, 따로 그 성명을 언급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처참한 지지율을 기록한 이들의 경우에는 일일이 그 결과를 밝히지 않는다. ‘기타’로 묶는다.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후보 등록을 했다고 해서 각각의 사실상 의미 없는 미미한 지지율까지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박주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이낙연 송영길 박영선 정세균 박지현 등에 이어서 ‘기타’가 등장한다. 적합도 조사 결과 ‘기타’ 인물들의 지지율 총합은 8.3%다. 박 의원이 이 ‘기타’에 포함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박주민 의원이 불만을 제기한 해당 여론조사 질문지와 결과 분석 자료는 18일 오전 7시 이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만일 박 의원을 정말 배제하고 여론조사를 시행했다면 엄중하게 항의해야 할 문제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실 관계 확인에 앞서 무분별한 음모론을 제기한 책임을 박 의원이 져야 한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