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에 나서면서 검찰이 집단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검사들이 잇달아 현 정부와 민주당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검찰은 대국민 여론전에 나설 전망이다.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방검사장 회의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극심한 혼란을 가져온다"면 서 "이런 중요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해 총장직 사퇴와 여론전 돌입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는 김 총장과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18명과 김 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 예세민 기획조정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면 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6시간 이상 진행된 회의에서 검사장들은 입을 모아 "검수완박의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을 비판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검수완박은 헌법 정신과 가치 훼손”이라고 했고,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충분한 검토 없이 법을 또 바꿔 버리면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지검장들은 이날 김 총장이 사퇴를 언급한 것과 발을 맞춰 총사퇴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검장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이 같은 뜻을 전하기로 했다.

다만 총사퇴가 검찰의 '반란'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일단 검찰은 검수완박이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통해 대국민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장은 여론전의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검찰은 8일 전국 고검장 회의, 9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회의에 이어 이날 전국 지방검사장 회의까지 잇달아 검수완박 관련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히는 중이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같은 검찰의 행동에 대해 불편한 내색을 보였다.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검수완박에) 일사불란하게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걸 보며 좋은 수사, 공정성 있는 수사에 대해서는 왜 일사불란하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에게 좋은 재판을 위한 방편으로 사법권의 독립이 있듯, 검사에게는 좋은 수사가 본질이고 그를 위한 방편의 문제가 논의되는 것”이라며 “주객이 전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등 법 개정 방향을 정하고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 검찰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어떤 방법으로든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에는) 문재인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 방해 의도와 대선 패배 결과에 대한 불복이 담겨 있다”며 필리버스터 등 물리적 대응에 나설 뜻도 있음을 시사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