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는 ‘여성가족부 폐지’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의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공약은 대선 정국에서 이대남(20대 남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현재 윤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언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느냐”는 연락이 SNS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단 여가부 폐지는 정부조직법 개편이 법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172석을 비롯해 친민주당계가 180여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새 여당이 제시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쉽게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지도 않았다. 취재해보니 인수위측에서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정부조직 개편이) 어렵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이 대세다.

그렇다면 새 정부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야 한다. 한두달짜리 장관일지언정 청문회를 치러야 하는 이 자리에 누가 승낙을 할 지 의문이다. 일단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첫 장관을 임명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여가부 폐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여성부가 생긴 데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진보계열 여성계 인사들의 역할이 컸다. 이 때문에 여성부는 계속 좌파 편향적이거나, 페미니즘적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실질적으로 여성 권익을 위해 투쟁해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기자는 대선 취재를 하면서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교육과 여성 분야 콘트롤 타워는 누가 될까요?” 워킹맘인 기자에게는 진심으로 궁금한 이슈였다. 그러나 취재원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모르겠어요. (캠프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서…” 경제, 법무,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질문의 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대선 당시 교육과 여성 분야에서 뛰었던 인사들은 인수위에 가지 못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중 절반이 여성이고 전현직 여성 의원이 적지 않지만 여성가족부 장관을 원하는 인사는 없다고 한다. 남성들의 공격을 이겨낼 맷집이 있는 여성정치인이 그닥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고, 이런 상황이 누구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개딸’(부모의 말을 안 듣는 1020 여성들을 일컫는 애칭)을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전 대선후보는 대선에서 20대 여성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었고 이제 다시 정치활동에 나선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