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임으로 이순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합참의장)을 점찍었다.

이 전 의장은 인사청문회 준비도 마쳤다. 이미 합참의장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적이 있고, 흠 잡힐 게 전혀 없었기에 준비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욱 국방부 장관 임명으로 바뀌었다. 전격적이었다. <월간조선> 취재를 종합해 보면 청와대 내 일부 인사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반대 이유는 "박근혜 정권의 합참의장이었다, 김관진 전 장관 재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상가에 참석했다, 우리와는 전혀 성향이 다른 인물이다" 등이었다고 한다.

이 전 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합참의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당시 합참의장 인사청문회 때 당시 국회 국방위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5·16은 군사 쿠데타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정립됐다”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혁명이라는 자세로 어떻게 군을 지휘하겠나”라며 이 전 의장을 몰아붙였다. 

이 전 의장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맞서다 야당 위원들이 청문회를 계속할 수 없다며 반발하자 마지못해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한) 대법원판결을 인정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관진 전 장관 재판에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재판장에 김 전 장관이 잘 나갔을 때 그에게 줄을 대려는 군인들은 없었지만, 이 전 의장은 있었다. 

정권의 적폐 청산 수사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장례식장도 찾았다. 이 장례식장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군인들이 발걸음을 끊어 한산했다고 한다. 

이순진 전 의장을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군인에게 의리는 생명"이란 말을 자주 했다.  

서욱 장관이 임명되고, 전역한 선배들이 이순진 전 의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런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을 맡았으면 당신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게 무너져 내렸을 것이오.>

이 전 의장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 김관진 전 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장은 요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전 실장과 식사를 하는 등 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전 의장은 2사단장 시절 새벽에 제설작업 중이던 병사들을 위해 운동복 차림으로 나타나 직접 차를 끓여 대접하여 '순진 형님'이란 별명을 얻었다고 알려졌다. 수도군단장 때는 관례로 지급된 빨간 명찰을 단 해병대 군복을 입고 해병 부대를 방문해 '우리 군단장님'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달 중순까지 최대한 많은 수의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할 계획인데 이순진 전 의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거론된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청와대 이전을 이뤄냈다. 과연 이번 초대 국방부 장관 임명도 같은 맥락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