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자유대한민국의 존망을 좌우할 만큼 심각한 선거였다. 정권 교체를 열망했던 국민은 윤석열 후보 당선으로 가까스로 안도할 수 있게 되었으나 환호하기에는 이르다. 승리의 환희는 순간인데 비해 기다리고 있는 과업은 벅차고 가야하는 앞길엔 크고 작은 암초들이 가로놓여있기 때문이다.

대선 승리는 힘겨운 승리였다. 국민의힘 승리라기보다 정권 교체 열망을 등에 업은 윤석열 후보의 승리이자 안철수의 자기희생적 합류가 연출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이지만 20여 만표 차이로 겨우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고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민적 경고가 주어졌다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체제 변혁을 꿈꾸는 전투적 친북좌파 세력과 자해적 반자유시장경제 세력의 저항과 방해를 극복하고 반동적 대중영합주의를 잠재우면서 좌파 집권 5년 동안 헝클어진 국가를 정상화하고 미래지향적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가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결집시켜 나아가려면 당선자와 당은 우선적으로 자유주의 가치관, 즉 우파적 가치관에 입각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당정치에서 구성원과 당의 정체성 확립은 기본이자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다. 정체성이 없거나 애매한 지도자와 당은 일관성 있는 국정 운영을 수행해갈 수 없기 때문이고 저항세력과 방해세력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세력이 윤석열 정부 조기 좌초와 실패를 안겨주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리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정권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시대적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만약 실패로 끝나게 되면 5년 후, 더 위험하고 전투적인 좌파 정권이 등장하여 전면적 체제 변혁 투쟁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집권 주체로서 견고한 가치관으로 무장한 자유주의 전사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때만 성공한 지도자, 성공한 정당, 성공한 정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반대세력, 방해세력, 저항세력은 줄어들기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겸손하고 침착하되 단호하고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과 노력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