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LS엠트론은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어떻게 훔쳤나

미국이었으면 징역 10년형도 받을 수 있어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신재호 LS엠트론 대표


윤석열 정부 앞엔 어떤 과제가 기다리고 있을까. 여러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그 중 중요한 문제로 갈등 해결과 사회적 신뢰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정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계에도 해당된다. 대표적으로 대기업의 갑질 문제가 있다.

 

얼마전 대기업의 기술 절도가 적발됐다. LS엠트론(대표 신재호)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훔친 게 드러났다. LS엠트론은 이 기술로 특허까지 냈다. ‘특허 도둑질’이다. 대기업의 하도급업체 기술 절도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으로 LS엠트론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3억 8600만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LS엠트론은 기계·부품 사업을 하는 LS그룹의 계열사다. 이번에 문제된 부문은 자동차용 호스부품 사업이다. 해당 부문은 2018년 LS엠트론에서 물적 분할됐다. 지분의 80.1%를 미국 쿠퍼스탠다드의 국내 자회사에서 들고 있다.

LS엠트론은 물적 분할 전인 2012년에 특허 절도를 했다. 공정위는 이런 점을 감안해 LS엠트론에는 시정명령만 내리고, 과징금은 신설법인인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에 부과했다.


LS엠트론은 2012년 하도급업체의 설계도면을 이용해 단독 명의의 특허를 출원했다. 문제가 된 부품은 자동차 엔진에 사용되는 고무 호스다. LS엠트론은 호스를 만드는 금형(金型)의 제조 방법과 설계도면을 하도급업체에 요구해서 받았다. 그런 다음 그 자료를 이용해 몰래 특허 출원과 등록을 했다. 절도를 당한 하도급업체는 특허가 등록된 사실을 2018년에야 인지했다고 한다.


LS엠트론은 다른 기업에서 이전받은 기술로 특허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단 이를 입증할 만한 물증이 확인되지 않았다. 특허를 낸 금형이나 설계도면을 LS엠트론 쪽에서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다. 설계도면을 요구한 시점도 문제였다. LS엠트론은 품질 검증을 위해 도면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론 특허를 출원하라는 내부 지시가 이뤄진 당일, 하도급업체에 설계도면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황상 처음부터 기술 절도를 작정하고 도면을 요구했다는 얘기다.

 

절도가 드러났으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하도급업체가 입은 실질적인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다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쿠퍼스탠다드 쪽이 보유한 특허는 공정위의 조치와 상관없이 효력이 유지된다.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하도급업체가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손해배상도 문제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기술유용(제12조의3제3항)과 기타 다른 위반행위를 해서 하도급업체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규정했다. 2011년에 처음 도입됐다. 미국법에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한국의 경제법에 도입한 예다. 문제는 이 법을 적용받으려면 피해 업체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도급업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려면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소송해서 이 법을 적용받아 손해배상을 받은 예도 아직 없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에는 영업비밀보호법(Defend Trade Secrets Act, 이하 ‘DTSA’)이 있다. 만약 다른 기업 혹은 단체가 영업비밀을 고의 또는 악의적(willfully and maliciously)으로 유용한 경우, 연방법원은 침해자로 하여금 실제 손해액(actual loss)의 2배의 범위(2 times the amount of the damages)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2016년 5월 11일부터 시행된 법률이다. 벌금은 따로다. DTSA 제1832조는 최고 500만 달러 또는 침해한 영업비밀로 얻은 이익의 3배 이내에 해당하는 금액 중 큰 금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벌금과 징역형을 함께 받을 수도 있다.

영업비밀로 취득한 이익에는 그 비밀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득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그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피할 수 있었던 연구, 디자인 비용과 해당 영업비밀을 재현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 포함된다.


DTSA의 특징은 영업비밀을 유용당했을 때 민사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조치까지 명시했다는 점이다. 만약 영업비밀을 고의 또는 악의적(willfully and maliciously)으로 유용한 경우, 연방법원은 침해자가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actual loss)의 2배의 범위(2 times the amount of the damages)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또 영업비밀이 더 유출되거나 전파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재산 압류를 명령(civil seizure)할 수도 있다. 한국의 하도급법엔 빠져있는 조항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20년 2월에 낸 보고서 ‘美영업비밀보호법(DTSA) 제정과 산업분쟁 사례가 주는 시사점’에서 우리 법률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술지식은 산업경쟁력의 원천이다.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탈취한 이번 LS엠트론의 기술 절도 사례는 산업생태계의 신뢰를 명백히 깨뜨린 행위다. 타인이 부단한 노력을 통해 개발하고 쌓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정당한 대가 없이 훔쳐가는 행위를 민형사를 통해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


글=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2.03.17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하주희 ‘블루칩’

everhope@chosun.com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