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야 정치권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유감을 표명했다.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검찰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6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주권 의지가 담겨 있는 기표 후 투표용지를 종이 박스나 쇼핑백, 바구니 등에 담는 등 허술하게 보관하고, 선거 보조원들이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것을 막고 대신 받아 처리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직접투표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 조악하고 구태한 선거 행정”이라고 선관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의 당락이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경우, 36.93%라는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이 ‘결과 불신’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4.15총선 선거무효소송 대리인으로 활동해온 김소연 법률사무소 윌 대표변호사(서초갑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는 “이번 사전투표는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을 무시하고 주권자의 참정권을 크게 훼손한 엄중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사전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모두 확진자와 격리 대상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시기표소’ 내에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사전투표소의 공간이 부족해 건물밖에 확진자와 자가격리대상자들을 위한 기표소를 임시로 만들어 놓다 보니 절차상의 문제점이 속속 불거졌다. 원래 사전투표는 신분증을 스캔하고 당사자가 맞는지 확인한 후 전사서명을 하고 (기표 되지 않은) 투표용지를 출력해서 교부하는 게 절차인데, 이번 임시투표소에서는 서명만 한 후 이미 출력해 놓은 투표용지를 교부했다. 때문에 특정 후보 관련 익명커뮤니티에는 누군가가 사전투표를 한 후 임시기표소에 들러 투표를 두 번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임시기표소에 투표함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 투표함 대신 비닐봉투나 종이상자를 가져다 놓은 사례도 나왔는데.

“공직선거법158조(사전투표) 4항에는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받은 선거인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를 선택해 투표용지의 해당 칸에 기표한 다음 그 자리에서 기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이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라고 돼 있다. 법에 명시한 ‘투표함’이 없어서 비닐이나 상자에 담거나, 투표관리관의 주머니에 넣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처리를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관외사전봉투에서는 이미 특정 후보에 기표한 투표지가 나오는 일까지 발생했다.”

-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선거법 또는 공직선거관리규칙 어디에도 대리인이 대신 투표함에 넣을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유권자가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못한 것 자체가 이미 헌법 상 직접·비밀투표 원칙 위반에 해당하는 명백한 위법이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며칠 전 “선관위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단순 책임을 묻는 수준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명확히 따지고 선관위원장 등 책임자의 교체를 요구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한편 앞서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 CCTV가 설치돼 있다며 사전투표를 독려했는데, 부천 선관위에서는 일부 보관장소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게 드러나기도 했다.”

- 지난 4.15총선 선거무효소송 재판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선거무효소송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진행한 부분이 ‘검증기일’이었다. 대부분 ‘재검표’라고 알고 있는데, 재검표는 당선무효소송에서 진행하는 절차고, 선거무효소송에서는 부정한 개입 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표를 발견하는 건 대법원의 재판연구관들과 법원 직원들의 몫이다. 그들이 표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상한 게 발견되면, 원고 측인 우리와 피고 측을 모두 불러 의견을 묻고, 대법관에게 가서 증거기록물이나, 검증물로 보관해달라고 요구를 한다. 실제로 파주시을 검증기일에서는 배춧잎 투표지나 화살표 투표지, 여러 장이 붙어있는 투표지 같은 것들이 나오기도 했다.”

- 오는 3월 9일 본투표에서 유사한 논란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투표참관인과 개표참관인들이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권리 고지의 등의 교육을 충분히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눈치만 보면서 문제제기를 못하는 문화가 있는데, 투표는 유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아주 중차대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소연 변호사. 사진=조준우

한편 선관위는 논란 하루 뒤인 6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7일 긴급회의를 열고 확진·격리자들의 임시기표소를 없애기로 했다. 일반 유권자들 투표가 끝나면 같은 장소에서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을 내놓으면서도 선관위는 “본투표 당일 확진·격리자가 얼마나 몰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