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구경하고 읍내 작은 공방서 도자기 체험

2020년 6월 문을 연 ‘온도감각(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중앙로 51)’은 도예가 유제희(30) 대표가 운영하는 작은 공방이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유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떠났던 고향인 영월에 다시 돌아와 온도감각을 열고 예술가이자 청년사업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온도감각이란 상호에는 도자기가 품고 있는 따스한 온기의 느낌을 담았다.

“도자기는 손의 온기로 빚고 또 가마의 온기로 구워내잖아요. 그렇게 완성된 그릇에는 따뜻한 음식이 담기기도 하고요. 그런 따스한 온기를 품은 도자기란 의미가 좋아서 붙인 이름입니다.”

온도감각은 영월읍 중심 상점가 한편에 자리 잡았다. 영월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서부시장과도 가까워 여행길에 강원도 토속 음식을 맛보거나 찬찬히 시골 읍내를 구경하다 들르기 좋다. 조선시대 관아(官衙) 건물인 ‘관풍헌(觀風軒)’과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 장소로 유명세를 탄 찻집 ‘청록다방’도 인근이다.

“똥손이라도 괜찮아” 서투름마저 멋스럽게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는 5세 이상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함께 체험하기도 좋다. 공방이 꽉 들어찰 정도인 10여 명이 함께 참여할 수도 있지만 연인, 친구, 가족 등 소규모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혼자도 가능하다.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면 먼저 컵과 접시 중 만들고 싶은 것 하나를 선택하고 유 대표와 디자인을 의논한다. 이어 소지(점토)로 기본적인 모양을 만들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손재주가 없는 소위 ‘똥손’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 대표는 “서투름마저도 멋스럽게 담아내는 게 도자기”라고 힘줘 말한다.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차근차근, 서두를 것 없이 빚다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모양새가 나온다. 모양이 잡혔다면 다음은 채색이다. 다양한 색상의 물감과 붓을 이용해 나만의 디자인을 입혀낸다. 한글 자음, 모음이 돋을새김 된 도장을 이용해 나만의 문구나 이름을 새겨 넣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까지의 체험에 보통 1시간~1시간 30분이 걸린다. 오롯이 집중하는 동안 복잡한 일상 따위 잊고 마음에 쉼표 하나를 찍게 된다. 유 대표는 “흙은 빚는 동안 잠깐만 딴생각을 해도 비뚤어지기 마련”이라며 “온 신경을 쏟아 집중하는 동안 모든 걸 잊고 힐링할 수 있다는 게 도자기 체험의 매력”이라고 했다.

가마 속 인고의 시간, 4주 후 다시 만나는 여행의 추억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도자기는 4주 후 직접 가져가거나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여행의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날아드는 여행의 추억이 무척 반가울 건 당연지사다. 

그 4주의 기간 동안 유 대표는 체험 참여자가 만든 작품을 좀 더 다듬고 채색을 더해 말린 뒤 가마에 2번 굽는다. 초벌은 850℃, 재벌은 1250℃에서 구워내는데 가마가 일정 온도까지 뜨거워지는데 하루하고도 반나절, 또 그릇을 꺼낼 수 있을 만큼 식는데 사나흘이 걸린다. 4주의 기다림, 쉽게 얻을 수 없는 만큼 의미는 더 각별해진다.

오픈 초기에는 영월 주민이 주 고객이었지만 1년쯤 지나니 관광객들의 참여가 많아졌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오거나 명절을 맞아 모인 가족들이 함께 찾는 경우도 많다. 영월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나 휴가철엔 예약이 부쩍 늘어난다.

원데이 클래스 체험 비용은 아이, 어른 동일하게 1인 3만원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8시경 시작하는 경우까지 가능하다. 온도감각은 지정 휴무일이 없지만 유 대표의 출강이 잦고 사정에 따라 문을 닫고 있어 반드시 전화로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온도감각에서는 유 대표가 만든 도자기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요즘 주로 만드는 작품은 꽃병. 유 대표만의 시그니처인 꽃무늬 디자인을 입힌 꽃병이 인기다. 문의 0507-1318-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