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강조한다. 사안에 따라 ‘국익’을 기준으로 주체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이 후보는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다. 미·중이 우리와의 협력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유능한 외교”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후보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는 좋게 얘기하면 ‘균형외교’, 나쁘게 말하면 ‘줄타기 외교’라고 할 수 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세계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소위 ‘하드파워(군사력, 경제력)’와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를 갖추지 못한 가의 이른바 ‘균형외교’는 실력은 없으면서 허세만 부리는 것과 같다. 이는 국제적 조롱과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신(新)냉전 체제에서 한미동맹의 당사국인 우리가 사안에 따라 모호함을 유지하며 동맹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거나, 중국에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이는 필연적으로 한미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결국 한미동맹을 파기할 수도 있다. 과연 미국과 함께하지 않는 한국이 중국에 제 목소리를 내고, 국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을까.
 

경제적 측면에서 봐도 한미동맹이 파기될 경우 대한민국은 중국의 무역 보복 등으로 인한 손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 미국과 일본 자본이 빠져나가고, 자본시장은 무너지고, 기업들은 줄도산하게 된다.

 

그럴 경우 이재명 후보가 강조하는 현재 대중(對中) 무역흑자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피해를 산정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후보는 틈만 나면 "대중 무역 흑자 50조원"을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연간 대중 무역흑자는 29조원에 불과하다. 실무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는 그가 왜 이처럼 틀린 수치를 계속 내세우는지 불분명하다. 

다만, 29조원이든, 50조원이든 한미동맹이 해체되고, 미국·일본·유럽 자본이 이탈할 경우의 피해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