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26명이 공연무대에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세대 성우인 고은정(86) 씨를 필두로 유강진(80), 김종성(79), 배한성(76), 이정구(70), 이규화(67), 박기량(64)을 비롯해 문관일(60), 정미숙(60), 서혜정(60), 최덕희(56), 안지환(53), 최지환(53) 등 정상급 성우와 20대 성우 지망생까지 한 무대에 섰다.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은 지난 2월 16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홀에서 서울 문화예술 회복탄력성 키움 지원사업인 낭독 드라마 ‘명동 1950’을 녹화했다. 이 자리에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장소팔 만담가의 아들 장광팔(장광혁)을 비롯해 연극배우, 연주자, 가수 등 다양한 예술인들도 참여했다.

이번 공연은 전쟁이 끝난 1950년대 서울 명동에서 활약한 이봉구(소설가), 김수영(시인), 박인환(시인), 이중섭(화가), 전혜린(작가), 이해랑(연극인), 오상순(시인), 변영로(시인), 나애심(가수), 김관식(시인), 천상병(시인), 정비석(소설가), 고은(시인) 등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다.

공연형식은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지휘자석에는 내레이터가, 연주자석에는 성우들이 앉았다. 성우들은 라디오드라마처럼 대본을 든 상태에서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각 신을 연기했다. 언플러그드 밴드에 첼로, 바이올린, 손풍금 등으로 구성된 8인조 악단은 현장에서 배경 음악을 연주했다. 국내 최초의 낭독공연인 셈이다.

이번 공연의 총연출 감독을 맡은 조수연 작가는 “코로나로 활동이 위축된 예술인들에게 한국전쟁 직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예술혼을 지켜온 선배 예술인들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가능했던 라디오드라마의 성우들을 무대에 올려 ‘보여주는 라디오 공연’을 처음 시도했다”고 했다.

mbc 라디오 ‘격동 50년’을 진행했던 김종성 성우는 “(코로나로) 모든 것이 침체된 가운데 참신한 기획에 참여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비대면 영상 녹화로 진행했다. 동영상은 2월 28일 한국예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