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5개 규모··· 21만본 초화 만나는 지방정원

낮은 돌담길로 꾸민 초입이 정겹다.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제주 돌담이 떠오른다. 가로막힌 것 없이 탁 트인 시야에 잘 꾸며진 정원이 그득 들어찬다.

영월 동서강정원 연당원(강원도 영월군 남면 연당로 76-16‧이하 연당원)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강원도 1호 지방정원이다. 지방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식물이나 흙, 돌 등의 자연물을 전시‧배치하고 지속 관리하는 곳을 말한다. 전문 관리인을 두는 등 일정 기준 조건을 충족해야 지정되며 문화재나 공원 등에 조경을 한 공간과는 구분된다. 지방정원이 일정 규모와 운영 실적 등 조건을 충족하면 국가정원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연당원은 인근 서강의 범람으로 침수가 잦았던 영월군 남면 연당리 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남은 빈 땅을 개발해 조성했다. 여름이면 연꽃이 가득 피어날 연못은 경관 명소인 동시에 집중호우 시 빗물을 저장해 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는 걸 막는 저류지 역할을 한다. 

연당원의 전체 규모는 10만4286㎡, 축구장 약 15개 크기에 해당하며 식재된 식물은 111종 21만여 본에 달한다. 식물 외에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과 아기자기한 조형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 뽐내는 9개 주제 정원

초입 돌담길을 지나면 유리 온실에 조성된 ‘분재‧야생화정원’이 먼저 눈에 띈다. 한겨울에도 다양한 초록 식물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각종 야생화와 선인장, 소나무 분재 등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직접 꽃이나 작은 나무를 화분에 심고 가져갈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비용은 화분 크기에 따라 각각 6000원(지름 10㎝ 화분), 1만2000원(지름 20㎝ 화분). 4명 이상 참여하면 25% 할인 혜택을 준다. 분재‧야생화정원 바로 옆으로 온실 카페가 있다. 카페에도 다양한 식물 화분과 분재가 전시돼 있다.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와 함께 작은 다육식물 화분도 판매한다.

연당원은 분재‧야생화정원을 비롯해 각각의 주제를 가진 9개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수림원’은 양 옆으로 단풍나무의 대표선수격인 복자기나무를 가득 심었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 터널을 볼 수 있다. ‘조화원’에는 장미, 수국, 분홍달맞이꽃 등 29종의 초화를 심어 철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테마예술정원’은 영월에서 활동하는 작가 5인의 조형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 전통 풍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작품부터 거대한 고무줄 총 모양의 벤치 등 초목 사이사이 볼거리가 다양하다.

갈대밭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서강 풍경이 한눈에

‘향수원’은 이름 그대로 옛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오래전 담배 농가에서 담뱃잎을 보관했던 담배 곳간을 비롯해 외양간, 장독대 등 정겨운 시골 정취가 담뿍 묻어난다. 따뜻한 봄날이며 여름밤이 기대되는 야외 공연장도 마련했다. 잔디광장을 갖춘 ‘어울림마당’에서는 영월 예술가들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꽃바람정원’에서는 갈대, 야생화와 함께 4층 구조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꼭대기에 오르면 연당원 전경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서강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목련정원은 입구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만나는 나지막한 산길을 따라 조성했다. 8가지 목련을 감상하며 산 정상에 오르면 또 하나의 전망대가 나온다.

연당원은 오전 10시~오후 5시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지방정원의 경우 입장료를 받을 수 있지만 영월군은 한동안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문의 (033)372-0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