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 중 '이재명 게이트'라는 발언이 나온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말에 발끈하며 이같이 말했다. 

"녹취록을 내라. 지금 허위 사실이라면 후보 사퇴하겠는가. 그거 있었으면 지금까지 (제가) 있었겠느냐."

윤 후보 발언은 《월간조선》 보도가 근거였기에 본지는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록 캡처본을 제시했다. 

그러자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이날 공지를 통해 "(김씨의 '이재명 게이트' 언급은) 당시 이 후보의 대장동 토론 발언 등을 포함한 선거법 위반을 지칭하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선대위 공보단은 "이 발언의 사흘 전인 10월 23일 이 후보는 2년을 끌어온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며 "당시 이 후보는 무죄 확정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제기된 '이재명 게이트'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22일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대화 녹취록에 언급된 ‘이재명 게이트’에 대해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인 것 같다”고 발언했다. 

《월간조선》이 공개한 이재명 게이트 발언 녹취록 캡처를 보면 전후 맥락이 생략 돼 냉정하게 해당 발언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김만배씨의 '이재명 게이트' 발언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발언이 있었던 2020년 10월 26일에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전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화 초반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 수익 배분과 관련, 남욱 변호사, 부동산컨설팅업자 정재창씨와의 갈등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로비한 이야기를 얘네들(남욱 변호사, 정재창씨)에게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2020년 10월 26일 대장동 녹취록.

"그래. 그리고 내가 얘네들한테 무슨 로비한 얘기도, 돈 들어간 얘기도 안 하잖아."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로비를 위해 돈을 썼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대장동 수익 배분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발언으로 봤을 때 이 로비는 대장동 사업 추진을 위한 로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녹취록 내용 중 김씨가 “내가 죄가 뭐야? 문제가? 한번 물어봐 사람들한테”라며 “이재명한테 돈을 줬어? 내가 유동규한테 돈을 줬어?”라고 말하는 대목에 주목하며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에서 아무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로비를 시인한 이 녹취 내용은 무엇을 의미할까. 

로비 발언 이후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내가 볼 때는 이재명(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는 유한기가 들어가서 손 쓰면 되는 거고"라고 발언한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관련 일을 손쓰게 하는 건지, '제2의 대장동 사업'에 대해 손쓰게 하는 건지는 앞뒤 대화 정황상 알 수 없다. 

2020년 10월 26일 대장동 녹취록.

다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시기가 이미 대장동 사업으로 인한 배당금이 지급되고 있었던 것으로 봤을 때 소위 '제2의 대장동 사업'을 진행할 때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움직이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식적으로 대장동 사업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했을 것이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정재창씨에게  대장동 사업 수익금 중 얼마를 나눠 줘야 하는지로 넘어간다. 

김씨가 B1 수익을 통해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하자 정 회계사가 자신이 떠안겠다고 한다. 

B1은 판교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B1블록을 뜻한다. 

그러자 김만배씨가 “그런데 아무튼 B1에서 내가 볼 때는 많이 남을 거야. 응?”이라고 한다. 

2020년 10월 26일 대장동 녹취록.

강훈식 의원 말대로 '이재명 게이트' 발언의 게이트가 입구를 지킨다는 의미였으면 B1에서 많이 남지 않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다가 정 회계가사 갑자기 "참, 정신이 없으시지 않으셨나요? 윤석열 특검부터 해 갖고. 특검이 아니라, 그 국감"이라고 하자, 민주당과 친여 유튜브 등이 물고 뜯었던 그 유명한 김만배씨의 "윤석열이는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란 발언이 나온다. 

B1블록에서 이득을 많이 볼 것 같은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조사라도 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윤석열 카드" 발언을 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언급한 '카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이후 정 회계사는 김씨에게 화천(화천대유)이 배당을 받아 가는 배당소득세에 대해서는 법인세가 없다고 말한다. 

대장동 개발 의혹의 시행사인 '성남의 뜰'이 지난 3년간 법인세 1321억원을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의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화천대유 등이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현행 조세특례법에 따르면 PFV는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국내외 자본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했을 때 해당 이익에 대해 공제 요건을 마련해 준 것으로, 유효 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대장동 실제 설계자 의혹을 받는 정 회계사는 이런 데에는 빠꼼이라고 한다. 

그러다 김씨는 “이재명 게이트 때문에”라는 발언을 한다. 두 사람은 잠시 그들만 아는 대화를 나누다 김씨는 이런 말을 한다. 

2020년 10월 26일 대장동 녹취록.

"나는 고민도 없고, 뭐냐면 저거를 잘 마무리해서. 대장동. 그리고 형이, 얘가 뭐 위험한 건 다 했지 해줬어. 민관에. 시청 문제 해결해줬지."

이후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너랑 미래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두 사람은 헤어진다. 

2020년 10월 26일 대장동 녹취록.

이날 대화 속에 이 후보가 2년을 끌어온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또는 당시 이 후보는 무죄 확정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제기된 '이재명 게이트'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식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은 전혀 없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김씨는 돈을 써서 로비를 했다→내가 볼 때는 이재명(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는 유한기가 들어가서 손 쓰면 되는 거고→ B1에서 내가 볼 때는 많이 남을 거야→윤석열이는 형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이재명 게이트 때문에→나는 고민도 없고, 뭐냐면 저거를 잘 마무리해서. 대장동. 그리고 형이, 얘가 뭐 위험한 건 다 했지 해줬어→너랑 미래를 얘기하고 싶었다는 내용이 시간순으로 나온다. 

과연 김씨의 이재명 게이트 때문에 발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해명은 맞을까. 

애초 《월간조선》은 녹취록과 관련한 기사는 게재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대장동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녹취록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들었다. 

만약 녹취록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수사받아야 할 사람,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은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소위 친여 성향의 유튜브, 민주당 등은 윤석열 후보 부분만 발췌해 보도 공개했다. 

객관적 균형을 맞추고, 국민의 알권리를 진정 충족하자는 차원에서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내용을 공개한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력은 민주당 선대위의 반론을 근거로 본지 기사를 소위 '가짜뉴스' 처럼 몰아가고 있다. 

이에 《월간조선》은 왜 '이재명 게이트'라는 김만배씨의 발언에 주목했는지 상세히 밝힌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