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8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정영학(화천대유 계열사 천화동인5호)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에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거론됐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 비리의 진범이 결국 누구인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월간조선》이 입수한 2020년 10월 26일 자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내가 볼 때는 이재명(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이는 유한기가 들어가서 손 쓰면 되는 거고"라는 발언이 나온다. 

이 녹취록에는 김씨가 대장동 사업으로 인한 배당금과 세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재명 게이트"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재명이는 유한기가 들어가서 손 쓰면 되는 거고"라는 발언이 나오기 전 김씨와 정 회계사는 로비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관련 일을 손쓰게 하는 건지,  '제2의 대장동 사업'에 대해 손쓰게 하는 건지는 앞뒤 대화 정황상 알 수 없다. 

다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시기가 이미 대장동 사업으로 인한 배당금이 지급되고 있었던 것으로 봤을 때 소위 '제2의 대장동 사업'을 진행할 때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움직이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식적으로 대장동 사업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했을 것이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대장동 '그분'의 실체가 이 후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후보에 대한 발언이 나오기 전 김씨와 정 회계사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만배: 내가 얘네들한테 무슨 로비한 얘기도, 돈 들어간 얘기도 안 하잖어

정영학: 안하시죠. 

김만배: 그런데 아는 거는...

정영학: 형님 안하시잖아요.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중략)

김만배: 이제 건물 지을라고 그래. 건물

정영학: 지난번에 00은행 대출 안 됐다고 원망했다 해가지고..

김만배: 니가 방해했다고 그러더라고. 

정영학: 제가 무슨 방해를... 

김만배: 그거 증거 있어? 그러니까, 증거는 없는데 정황이 있다고. 

정영학: 그만큼 챙겨줘도 참..

(중략)

김만배: (특정하기 어려운 사업 시각관련)형이 거물 누구누군지 알려줄까?

정영학: 잘 모르겠습니다. 

김만배: 김만배 같은 사람 40명이 있다고 보면 돼 

정영학: 아유, 대단하네요. 

김만배: 내가 볼 때는 이재명이는 유한기가 들어가서 손 쓰면 되는거고. 재창이(대장동 사업 동업자였던 부동산 컨설팅업자 정재창)는 유한기(..) 결론은 마지막에 재창이는 거기 붙었을 수 있어.  

정영학: 저기..예. 

한편 대장동 사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작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을 위한 로비 명목으로 민간 사업자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유 전 본부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함께 성남시를 대리해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을 담당한 핵심 인물이다. 이재명 당시 시장과 이 시장의 최측근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 등 ‘윗선’의 뜻을 받아 대장동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는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을 쫓아내는 데 개입했다. 그는 “시장님의 명(命)”이라며 황 전 사장을 14번 찾아가 사표를 요구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이런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는 당연히 초기에 이뤄졌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한참이 지난 뒤 그를 수사했다. 유 전 본부장의 극단적 선택 후 그와 관련한 혐의에 대해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본지가 고인이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 내용을 공개한 이유는 녹취록 내용이 특정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공개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전혀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