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15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와 관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결심을 밝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13일 안철수 후보는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지난해 4·7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역선택을 허용하자는 의미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여 성향 인사들은 정권이 바뀌면 감옥 갈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승리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마어마한 역선택이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그렇게 되면 지지율 10%를 왔다 갔다 하는 후보가 지지율이 40%가 넘는 후보를 이길 수도 있는 어처구니없는, 비상식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결국 안 후보의 제안은 지지율이 10% 미만인 자신에게 4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양보해줄 가능성을 열어달라는 주장인 셈이다. 

11년 전 안 후보는 9%의 후보(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적이 있다. 당시 안 후보의 지지율은 55%였다.(《조선일보》 2011년 9월 7일 자 A1면 보도 기준)

안 후보의 양보는 정치사에 처음 있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결정이었다. 당시는 아름다운 양보로 포장됐지만, 안 후보의 이 결정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됐나.  

9%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안 후보의 후광으로 서울시장, 그것도 최초로 3선 서울시장을 지냈다. 

결과론이지만 그 시장의 끝은 어땠나. 변호사 시절 '성희롱 유죄'라는 첫 법정 판결을 끌어낸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다음 날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

안 후보도 당시 박 전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이 후회됐던 모양이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게 후회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나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양보를 했는데 이후 박 전 시장이 하는 시정을 보고 참담했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세계의 다른 도시들은 지난 9년간 크게 발전했는데 서울은 후퇴만 했다. 자기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시민들의 세금이 낭비됐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서울은 후퇴만 했고, 세금이 낭비됐다는 반성이다. 

결국 안 후보의 여론조사 통한 단일화 제안은 윤 후보에게 11년 전 자신의 잘못을 되풀이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여야 대선 후보의 배우자 비리까지 보태져 비호감 대선전이 갈수록 가관임에도 대안세력을 자처한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하는 이유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