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근대 일본에서 ‘법’은 무엇이었는가? : 월간조선

일본의 저명한 민법학자 우치다 타카시(內田貴·1954~) 도쿄대학 교수가 쓴 《法学の誕生(법학의 탄생)》을 번역한 동명(同名)의 책이 발간됐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 일본인들이 서양 법학을 수용할 당시 상황을 사실에 근거해 그렸다. 그간 일본에서는 ‘서양법 수용’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으나, ‘서양 법학 수용’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법학의 탄생》은 일본이 서양 법학을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세밀히 밝힌 책이다.

우치다 타카시 교수는 “일본은 아편전쟁의 결말에 큰 위기감을 안고 개국을 결단해 서양화에 매진했다”며 “그때 열쇠가 된 것이 서양에서 탄생한 법학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나라의 근대화(서양화)에는 법학이 필수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타카시 교수는 “법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언어이며 사고 양식이므로 밖에서 밀어 넣을 수 없다”며 “그 나라의 법학자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 탄생하지 않으면 법학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9세기 후반 일본인은 서양의 어떠한 법학을 어떻게 수용한 것인가? 이 책은 그 대답을 찾으려 한 역사 연구”라며 책의 성격을 규정했다.

책에는 서양 법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본 지식인들이 영국과 독일 등에서 유학한 내용이 자세히 실려 있다. 번역자인 정종휴(鄭鍾休) 전남대 명예교수는 “초창기 유학을 떠난 젊은 인재들은 유학 준비로 많은 시간을 한학(漢學) 습득에 투입했다”며 “영어나 독일어 같은 유학국 언어에 대해 어떤 수준의 독해력을 갖추었는지 하는 이야기는 매우 놀라웠다”고 술회했다. 정종휴 교수는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든 면에서 위대했던 19세기의 문화를 낳았던 서양문화의 본류, 초월적인 것을 향해 열려 있고 모든 법 사상의 최종 근거로 여겨지던 자연과 이성, 초월적인 진리, 아무리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고, 법학의 모든 결론의 최종적인 근거, 즉 궁극적으로는 수긍해야 할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가치에 의해 법학의 결론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지 (이 책은) 우리 학계에 묻고 있다.”

정 교수는 이 책이 일본은 물론 한국 법학계에 주는 교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이 일본의 법학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법학의 이해, 교착상태에 있는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상호 대화의 증진, 나아가 21세기 법학의 진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역자(정종휴 교수)는 기대하고 있다”고 썼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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