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후보 경기지사 재임 시절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의 뜻을 밝혔을 뿐 구체적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 관련 의혹은 경기도청 전직 7급 주무관 A씨가 자신의 상관이었던 전직 5급 사무관 배씨와 나눈 문자 등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A씨가 제보한 의혹은 ▲김씨의 약 대리 처방 ▲이 후보 부부 장남의 대리 퇴원수속 및 관용차 사적 사용 ▲음식 배달 등의 개인 심부름 ▲이 후보 모친 제사 음식 심부름 및 공금 유용 ▲소고기 등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이다.

김씨는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 여러분들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과문 낭독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지만,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사실관계는 어디까지이며 지금 사과하는 부분이 어떤 사실관계를 사과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지금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그리고 거기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때문에 김씨의 직접 사과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계속될 전망이다. 

의혹 제보자인 전 경기도 비서실 7급 공무원 A씨는 이날 측근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한 기자회견이었다”고 밝혔다.

A 씨는 “김혜경 씨는 정작 중요한 질문,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정작 답하지 않은 질문인 ‘법인카드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를 기자들을 대신해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야당도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분노와 의구심을 잠재울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치밀한 계획 하에 지속되어 온 범죄행위에 대한 동문서답식 사과를 국민들께서 어떻게 지켜보셨겠나"라고 했다.

이어 "김씨는 경기도 공무원들의 사적 비서 활용, 업무추진비 등 공적 자금 유용, 대리 처방, 관용차 사적 사용 등 어느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며 "수사, 감사를 핑계로 선거일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국민의당은 "알맹이는 쏙 빠진 김 빠진 사이다같은 회견이었다"라고 논평했다. 홍경희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말로는 책임을 진다고 하나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이 AI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지시 없이 친인척 명절선물을 사서 배송하고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단 말이냐"며 "이미 여러 건의 제보자의 녹취와 문자기록을 통해 뚜렷한 증거가 나온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김혜경 씨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법률지원단(단장 유상범 의원)은 지난 3일 이 후보와 김혜경씨, 배모씨,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수행비서 백모씨와 경기도청 의무실 의사 등 5인을 직권남용 및 강요죄, 의료법 위반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 국고등 손실죄, 업무방해죄, 증거인멸죄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