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보세요.”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지난 10년 간 국민의힘이 유일하게 이긴 선거입니다. 왜 이겼을까요.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끓고 있었고, 당 밖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있었지요. 그리고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있었기 때문에 10년 만에 승리한 거예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후 안 후보의 측근인 김도식 비서실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선임되어 활동 중이다.  전화기 너머로 조 의원의 말이 이어졌다.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공동정부 얘기를 계속 해야 합니다. 이미 서울시에서 공동정부를 이루어 지고 있는 거예요.”

조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선대위 공보단장에서 사퇴한 후, 현장을 다니며 바닥 민심과 만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전라북도를 찾는다고 했다.

-지금 윤석열 캠프 내에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안해도 이길수 있다’는 자강론, 필승론이 고개를 드는 것 같은데요. 이회창 후보가 선거일까지도 승리를 확신했다 패배한 1997년 대선이 얼핏 떠오릅니다.

“많은 분들이 그 걱정을 하고 있어요. 97년 대선 때 DJP 연합이 나왔잖아요? 정권 교체를 위해 과거 자신을 탄압했던 사람들과도 손을 잡은 겁니다. DJ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인제 후보였어요. 500만 표를 가지고 갔거든요. 득표율 19.2%였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993만표(38.74%)를 득표해 1천 32만표를 득표한(40.27%)김대중 후보에게 39만표 차이로 졌다.

-2002년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는 또다시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지요. 노무현-정몽준은 손을 잡고 대선 유세를 했고요.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가 결국 대선을 이겼군요.

“대의를 위해서 손을 맞잡은 쪽이 이긴 겁니다. 선거라는 건 남의 편이라도 끌어와야 이기는 거예요. 이회창 총재가 당시 박근혜 의원이라든가, JP라든가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과는 모두 잡았어야 했어요. 이 총재가 소극적이었거든요. 물론 대선판에 ‘세종시 이전’이라는 대형 공약이 나오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노무현 측은 정몽준과 손을 잡았고 이회창 후보는 심지어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사람과 힘을 합치는데에도 너무나 느슨했어요.”

대선을 한달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단일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제는 야권 단일화를 언급할 때”라며, “초박빙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월 3일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는 대의명분 가지고 정치하시는 분”이라며, “우리는 결국 단일화를 하는 한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은 지금부터라도 당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월 11일엔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없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후 당과 선대위 인사들이 단일화를 얘기할 때마다 일일이 반박하고 나선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단일화 발언을 하자 같은날 즉시 이렇게 지적했다. “자꾸 후보 모시는 분 중 일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단일화)군불을 때는 것에 굉장히 우려를 표한다"

이 대표는 지난 2일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후보가 또 다시 차선 변경을 해 민주당 쪽으로 가신다면 놀랍지도 않고 별로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은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 당선된 후 집권을 잘하기 위해선 안철수 후보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국정 운영을 힘있게 하려면 압도적으로 이겨야 합니다. 4.7보궐 선거 때부터 안철수 대표와 우리는 한 배를 탄 겁니다.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되죠.”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 해도 거대 야당이 정권 앞에 기다리겠네요. 자칫 대통령 임기 2년이 야당과의 싸움에 소진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대선 득표율을 올려서 순풍에 돛을 달아야 하는거에요. 냉정하게 보면 국회 구성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1997년 상황이 될 수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도 총리 인준이 어려워서 JP가 총리 서리를 거의 1년 가까이 달고 있었잖아요. 김용민이나 김남국 의원 같은 민주당의 초선 강경파들을 보면, 국정을 위해 대승적으로 정권에 협조해줄 것 같습니까. 멀리 보며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해야지요.”

-당이나 선대본부 내부에서 단일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까.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윤 후보가 안철수 대표를 직접 비난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나요? 윤 후보는 스스로 이렇게 얘기했어요. ‘99가지가 달라도 한 가지, 정권을 교체해야 된다는 뜻만 같다면 모두와 손을 잡을 수 있다’고요. 저는 윤 후보의 뜻을 믿습니다.”

-안 후보의 의지도 중요하겠지요.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4.7 보궐 선거 때부터 단 한 번도 50% 미만으로 꺾인 적이 없는 걸로 저는 기억합니다. 안철수 대표도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을 모르지 않아요. 그러니 안 대표가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해 윤 후보와 손을 잡는다고 해도 국민들은 비난하지 않습니다. 야당이 국민들의 정권 교체 열망에 화답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그건 국민의 뜻을 어기는 겁니다.”

글=하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