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MBC에서 진행된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 과정에서 구성된 ‘정상화위원회’에 불려가서 진술강요를 당했던 직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전지원)는 1월 26일 허무호 전 MBC노동조합(제3노조‧언노련 산하 MBC본부노조와는 다른 조직) 전 위원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000만 원의 위자료와 법정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허무호 전 위원장은 MBC정상화위원회가 활동하던 지난 2018년 7월경 정상화위원회로부터 출석과 진술을 강요받는 등 진술거부권과 헌법상의 자기방어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는 패소했었다.

이번 판결문에서는 언노련 산하 MBC본부노조가 주축이 된 소위 정상화위원회의 강압적 조사행태가 잘 나타나 있다. 정상화위원회 조사역들은 2015~2017년 우파단체 엄마부대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MBC가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 ‘김장겸 보도본부장(후에 MBC 사장 역임)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문제의 보도 당시 사회2부장이었던 허무호 전 위원장이 “내가 알아서 했다”고 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세 명의 조사역들은 돌아가면서 “김장겸 본부장이 지시한 거 맞죠?” “그냥 예, 아니오로만 합시다, 그냥. 김장겸 본부장 지시가 있었습니까?”라며 대답을 강요했다. 허 전 위원장이 침묵을 지키자 조사역들은 “내가 허 부장을 위해서 한다는 얘기가 이거 그대로 올라가면 중징계야.”라고 짐짓 회유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다가  “허무호 사회2부장이 알아서 한 것이고 전적으로 다 책임지겠습니까?”“이제까지 조사 거부한 박상후 국장이나 김세의 얘네들 조사 거부한 거 하구요. 지금 선배하고 다르실 거 없어요. 선배가 지금 뭘 얘기하신 게 있습니까? 조사 거부한 사람들하고 똑같아요.”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어.”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급기야 정상화위 조사역들은 “수사의뢰를 하든가, 이거 수사하고 있잖아. 거기다가 수사의뢰를 하거나 아니면 허 부장을 중징계하면 돼. 그러면 법정에서 다투면 된다고”라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허무호 전 위원장은 5차례에 걸쳐 정상화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후 정상화위원회 조사 활동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MBC는 2018년 11월 조사절차를 종결하고 허 전 위원장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허 전 위원장은 징계처분을 받지는 않았으나, 2019년 12월 명예퇴직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원고 허무호는 비록 정상화위원회의 조사협력요구에 응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을지라도, 그 사유를 소명하여 위 조사협력요구에 불응할 경우 앞서 조사에 불응한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대기발령, 임금삭감 등의 불이익을 받거나 허위자료 제출을 이유로 징계요청 될 구체적‧현실적 위험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의사에 반하여 어쩔 수 없이 조사에 출석한 것이고, 조사 과정에서도 자신의 비위행위를 묻는 질문에 부인 답변을 하거나 진술을 거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징계처분 또는 수사의뢰를 도구로 비위행위를 자백하도록 강요받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따라서 정상화위원회가 조사과정에서 원고 허무호에게 행한 위와 같은 절차상 위법은 곧 피고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 허무호는 이로 인하여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원고 허무호는 정상화위원회의 조사협력요구에 응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불응할 경우 동료 기자들처럼 대기발령, 임금 삭감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2018년 7월경부터 10월경까지 수개월에 걸쳐 다섯 차례나 조사에 응하였고, 조사과정에서도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오히려 수사의뢰, 중징계 등을 수단으로 하여 비위행위를 시인하도록 강요받았고, 이와 같은 절차적 위법 행위가 개입된 조사결과를 토대로 2018년 11월경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다”면서 “이와 같은 사정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통하여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허무호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1000만 원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MBC노동조합은 “1심 판결을 뒤집은 항소심의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지금까지 언론노조원에 대한 징계요구는 단 한 건도 없이, 비노조원과 당 노조원을 대상으로 징계요구를 집중했던 정상화위원회의 부당한 탄압에 대해 회사 차원의 진심어린 사과와 피조사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고 했다. MBC노동조합은 “또 회사와 공동으로 정상화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 공동불법행위자인 언론노조 MBC본부 (제 1노조)의 사과를 촉구한다”면서 “뻔뻔스럽게도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 책자를 발간하면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부분을 전혀 기술하지 않았던 언론노조의 명예훼손 부분에도 법적대응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MBC에서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인 2018년 1월 19일 "2008년 2월~2017년 11월 있었던 방송 독립성  침해 등 사안을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MBC정상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총 262명에 대해 조사를 실시, 2019년 1월 12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7명이 MBC노동조합(제3노조) 소속이었고, MBC공정방송노동조합(제2노조) 소속이 1명, 비노조원이 4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