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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존폐 기로에 선 HDC현산... “뼈를 깎는 참회와 변신 전제돼야”

“현산의 진정한 사죄와 보상, 감독당국의 철저한 규명과 인내, 민심의 회초리와 용서 어우러지면 ‘아픔’을 ‘성숙’으로 변화 가능”

지난 17일 오전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2022년 새해 벽두, 광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붕괴 사고는 참담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의 ‘화정아이파크’에서 일어난 이 사고는 희망차게 새해를 맞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현재 수색에 방해되는 타워크레인을 철거하는 수준에서 사고현장 수습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23층부터 38층까지 16개층 일부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유례없는 사고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상태다. 시공 책임을 지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광주시장이 나서서 중앙정부 차원의 중앙사고대책본부를 광주에 열어 달라고 요청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사결과에 따라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법당국에서는 현대산업개발 본사와 현장 감독관할 관청인 광주 서구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뚜렷한 현장과실에 대해선 이미 법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이번 사고도 충격적이지만, 같은 지역에서 지난해 6월 발생한 학동4구역 철거 현장 붕괴사고도 최종책임 회사가 현대산업개발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건설사를 강력하게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로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다급한 회사는 일단 ‘회장 사퇴’라는 나름의 극단적 처방부터 내놓긴 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에서 간단히 수습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참사는 현재 조사 중이긴 하지만, 곳곳에서 인재(人災)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부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물론이고, 구청과 시를 비롯한 감독기관까지 차근차근 조사해 책임을 물을 것은 묻고, 제도 보완이나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수습과정도 진행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설 현장 사고는 어떻게 최대한 방지할 수 있을까. 한 기업을 처벌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판을 새롭게 만드는 쪽으로 초점을 모아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이라는 대형 건설사의 존망이 꼭 회사만의 문제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재시공을 포함해 최선을 다한 보상과 시공을 다짐해야 한다. 정몽규 회장이 사퇴하고 사고수습 대책 마련에 나선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이미 건설된 부분을 완전 철거하고 새롭게 짓겠다고 했다. 이제 하루빨리 공사현장의 수준을 넘어선 파격적인 사죄와 보상, 수습과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뿐 아니라 다른 재개발지역이나 기존의 아파트단지에서도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패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노형욱 장관이 “조사결과에 따라 최대의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자 ‘고의 과실로 인한 부실 시공’이나 ‘구조상 손괴를 통한 공중 위해(危害)’로 결론날 경우 건설업 등록말소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면허취소라는 극단적 문책은 회사를 문닫게 하는 조치다. 

 

문제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극단적 처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듯 ‘모든 아이파크 현장이 부실한 것은 아니고 현대산업개발은 기술자의 사명과 신뢰로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알아 달라’며 선처를 호소한 현대산업개발 건축직 직원의 청원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거대기업의 수많은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더 많은 협력사들과 이미 지은 아파트의 거주자들, 진행 중인 재개발 아파트의 조합원들 그리고 무너진 화정아이파크의 직간접 관계자들 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이름의 한 회사와 얽혀 있다. 

 

광주에서 일어난 두 가지 참사의 현대산업개발 측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수위를 결정할 때는 분노한 민심(民心)보다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는 지적 또한 없지 않다.

 

먼저 현대산업개발의 사고현장 수습부터 지켜봐야 한다.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사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 일손이 부족하다면 사장이라도 현장에서 삽을 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진심을 다해 희생자와 고객들의 피해에 사과와 보상을 진행하고, 아파트 건설의 사업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뻔한 대안(代案) 대신 기업 경영의 환골탈태와 회사의 모든 것을 바치는 획기적인 보상과 자구노력을 담은 현대산업개발의 수습 방안이 신속하게 나와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리되 ‘극단적 처벌’보다는 ‘더 나은 사회자산의 확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같은 선례를 우리는 약 30년 전인 1993년 부산 구포역 탈선참사와 삼성종합건설에서 찾을 수 있다. 수십 명이 숨지고 200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한 참사를 온 힘을 다해 수습하고, 회사의 이름을 바꿔가면서 환골탈태의 노력을 한 끝에 현재 국내 최고의 건설기업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탄생했다. 

 

한 회사의 뼈를 깎는 참회와 변신 노력, 정부와 감독당국의 인내와 유도, 민심의 회초리와 용서가 어우러지면 ‘아픔’을 ‘성장’으로 바꿀 수 있다. 당장의 분노를 푸는 것보다 사회의 총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기적적인 성장을 일궈낸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아픔과 치유의 반복, 그 자체가 아니던가. 현대산업개발의 각성과 변신, 정부-감독 기관의 인내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입력 :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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