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7일, “국정에는 운수에 의존하는 무속 또는 미신이 결코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MBC가 방영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김건희씨 관련 녹취 내용 중 김씨가 ‘유흥업소 접대부 의혹’을 부인하면서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영적인 사람이라 그럴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과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는 또 이날, 한 일간지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거대책본부에 무속인 전모씨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닐 거라 믿고 싶다”면서도 “영화에 샤먼이 전쟁을 결정하는 장면들 많이 보지 않나. 21세기 현대사회에 핵미사일이 존재하는 이런 나라에서는 샤먼이 그런 결정을 또는 그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보도에 거론된 전씨는 선대본부 고문에 임명된 바 없으면 무속인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혹시라도 그런 요소가 있다면 지금부터라고 철저하게 제거하셔서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의 주장처럼 국정은 원리원칙과 상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즉, 우리 국민이 가진 보편적인 의식과 감정, 헌법과 그 하위 법률이 정한 기준에 따라 국정을 기획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각종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이는 모두 보편적, 객관적 ‘기준’에 따르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적처럼 국정에 종교가 관여하는 건 제정일치 사회가 아닌 한,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무당을 중심으로 한 한국 재래 전통 종교인 ‘무속(巫俗)’이 아닌 기독교, 불교 등 그 어떤 종교도 국정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종교든지, 국정에 개입하는 행위는 ‘위헌’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로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 1항)”고 명기돼 있다. 또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제20조 1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제20조 2항)”이라고 규정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재명 후보의 주장은 상식에 들어맞으면서, ‘헌법’과도 부합한다. 또한 그가 국정에서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미신(迷信, 과학적 관점에서 헛된 것으로 여겨지는 믿음이나 신앙)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확고한 '소신'을 가진 이재명 후보의 주장을 접한 뒤, 한 가지 떠오르는 의문은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의 핵심 사업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파기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뿐 아니라 2012년 대선 때도 ‘“대통령이 되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주장했었다. 2012년 12월 12일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총독부 관저, 경무대에서 이어진 청와대는 지난 우리 역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과 제왕적 대통령 문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의 상징이었고, 대통령을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는 곳이었다”면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의 개막과 함께 이 모든 상징을 청산하겠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또 “국민들은 출퇴근길에 대통령과 마주칠 수도 있고,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국민들이 원하는 새 정치이자 수준 높은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애초 경호·의전 문제, 광화문 인근 대체 부지 부재 등을 이유로 비현실적 공약이라는 비판이 많았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지 불과 1년 반 만에 해당 약속을 파기했다. 자신의 핵심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해명하고, 사과하지 않고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통해 해당 소식을 ‘통보(2019년 1월 5일)’했다.

비현실적 공약을 내세운 점 공약을 지키지 않은 점 공약 파기 당시 문 대통령의 행동 등 비판받을 대목이 많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담당했던 유홍준(노무현 정부 당시 문화재청장)이 당시 소위 ‘광화문 대통령’ 공약 보류를 발표하면서 ‘풍수’를 언급하며 “우선적으로 ‘대통령 관저’를 이전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한 점이다. 

당시 유홍준씨는 “관저가 가진 사용상의 불편한 점,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장기적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령에 따라 위촉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 관계자가 청와대에서 공개적으로 풍수설(風水說)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신’을 앞세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대통령 관저 이전’을 대통령 자문위원이란 사람이 기자들에게 얘기하는 건 ‘촌극(寸劇)’이라고 할 수 있다. 

풍수설은 현대 사회에서 선인(先人)들이 남긴 ‘생활의 지혜’로서 유용한 측면이 일부 있을 뿐, 개인·집단·국가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예견하는 수단이 될 가치는 없다. 국가 예산을 들이는 사업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논거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 파기 당시 중국은 인류 최초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켰고, 미국이 보낸 무인 우주선은 새로운 천체를 탐사하기 위해 태양계를 벗어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문위원이란 자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풍수설을 입에 올리며 ‘대통령 관저 이전’의 근거로 내세웠다는 사실은 지금 돌이켜봐도 황당한 일이다.  

유홍준씨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소위 ‘광화문 대통령 공약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맡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포함한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 마련을 지휘했었다. 2018년 2월엔 대통령 직속 ‘광화문 대통령 시대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작업을 검토해 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이면서 대선 당시 ‘멘토단’의 일원으로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바 있는 건축가 승효상씨 역시 “청와대 관저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옮겨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었다.

이를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는 비과학적인 ‘풍수설’을 운운하는 인사가 ‘국정 계획’이자 ‘대(對)국민 약속’인 공약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총괄위원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문 대통령의 소위 ‘광화문 대통령’ 공약조차도 이 같은 유씨의 ‘풍수설’에 기반을 뒀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파기, 유홍준·승효상씨 등 문 대통령 주변 또는 캠프 인사들의 ‘풍수설’ 언급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과거 어떤 비판을 했을까.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이나 그 주변 인사들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으면서 ‘경쟁 상대’라는 이유로 윤 후보에게 ‘무속’ ‘미신’ 등을 운운한다면, 이는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