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와 자당의 이재명 후보가 결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송영길 대표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V3 백신을 만들고 4차 산업에 대한 고민이 확실한, 국가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분"이라며 "평생 검사만 해서 상상력이 박제된 윤 후보의 사고로는 안 후보의 발랄한 과학기술을 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비등한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추켜세우고, 윤 후보를 깎아내리는 주장인 셈이다. 

송영길 대표는 "야권에서 가장 의미 있는 후보는 안 후보다. 현재 5% 지지율로, 그 정도의 어젠다만 제시하고 사그라들기에는 아깝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같이 연합해서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키울 수 있다면 의미가 더 있을 것"이라며 "연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국회의원이 총리나 장관을 겸직할 수 있는 헌법상 내각제적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지만, 안철수 후보는 현재 대선 주자 중 그 누구보다 먼저, 가장 많이 '정권 교체'를 외친 사람이다.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정권' 계승을 얘기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집권한다면, 이는 '정권 교체'라고 할 수 없다. '정권'은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해서 '교체'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속 정당만 같았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치열한 경선을 거치면서 '내상'을 입었고, 추후 계파 갈등을 자초했다. 이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가장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했던 곳은 당시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친박'이었다. 그럼에도 현 집권 세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통칭해 '이명박근혜 정권'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재명 후보 측에서 한편으로는 "이재명이 집권하는 것도 정권 교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견강부회(牽强附會,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늘어놓는 행위)'라고 여길 것이다. 아무리 '친문'과는 인연이 적은 이재명 후보가 집권한다고 해도 이는 분명히 '문재명(문재인+이재명) 정권'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란 말의 사전적 뜻, 상식적 정의, 실제적 상황 등 어느 모로 따져도 '이재명 정권'은 '문재명 정권'이란 규정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송영길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과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마치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말씀을 드릴 수 없다. 흐름이 만들어지고 연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분당 사태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것과 관련해서 송영길 대표는 "안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및 친문과 감정의 골이 깊은 것이지 이 후보와는 감정의 골이 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다. 그 더불어민주당의 대다수가 바로 '친문'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집권이 유력할 때는 상당수가 '친명(親明, 친이재명)'으로 '갈아타기'를 하겠지만, 아무리 '간판' '포장'을 바꾼다고 해도 그 '실질 내용'은 이전과 같다는 얘기다. 친문이나 친명이나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는 감정이 좋을 수가 없는 셈이다. 한 마디로 이 같은 송영길 대표의 '안철수 띄우기'와 관련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상황과도 맞지 않는 '허황된 생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송영길 대표가 아무리 현실성 없는 주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던지고 나와 여기저기 방송에서 자당의 대선 후보와 그 참모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뒷다리 잡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보다는 그 '소임'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