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군의 새로운 작전계획에 ‘중국 대응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줄기차게 얘기하는 소위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25일,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중국이 ‘인민해방군’의 존재감을 크게 늘린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례가 300% 늘었다. 우리는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증가도 목격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작전계획에서 다뤄야 한다. 현재의 전략계획지침(SPG, 작전계획 수립 기준)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군사적 확장에 따라 가장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한국과 그 동맹인 미국이 새로운 작전계획을 통해 중국에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셈이다.
기존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북한 유사시 또는 북한의 이상 징후 포착 시 태세 전환과 북한 지역 관리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지적처럼 군사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개입, 중국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그간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북한의 새로운 위협과 관련해서 작전계획 신규 수립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향상된 포탄 체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에 대해 “이 무기들은 마지막으로 SPG가 수정됐던 2010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이와 관련한 작전계획 논의에 대해 우리 국방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사 사령관 재임 시절 이에 대한 공식 요청서를 제출했으나, 2019년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우리 국방부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새 작전계획의 필요성에 대한 평가를 우리 국방부와 미국 국방장관실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2020년 4월 한국 국방부는 연합사령관으로서 제가 요구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한미 양국이 안보협의회에서 합의한 ‘작전계획 갱신’의 경우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성사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명목상 ‘코로나19’ 등으로 축소했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일부를 재개할지를 놓고 동맹이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조언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전환’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군이 이끌 소위 ‘미래 연합사’의 연합방위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고, 한국 독자적인 전략 타격 능력과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히면서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문재인 대통령 이하 현 정권 인사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소위 ‘종전선언’에 대해 “저의 의문은 종전선언을 하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성급히 할 경우 유엔사 해체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11월에도 “종전선언은 도박”이라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종전이 선언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내에서 이전의 안보리 결의들을 철회하자는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유엔사 폐지는 한반도에서 적대행위 재발을 막아 온,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유일한 법적 도구를 해체시키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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