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 보안 기술 업체 중 한 곳인 H사가 실수로 자신들이 관리하던 업체측 코인 1억8천여개를 해킹 당하게 했음에도, 대형 시중은행과 가상자산 보안 관련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H사는 빗썸에 상장한 한 블록체인 Q업체가 발행한 코인의 보안 업무를 담당했다. 

Q업체는 2020년 3월과 4월 해킹을 당했다. H사가 관리하는 Q 업체의 코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Q사 관계자는 “우리 코인의 시초가는 25원이었고 상장 당일 최고가는 약 275원”이라며 “해킹 당한 코인을 한화로 계산하면 최소 백억에서 최대 천억을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주장했다. 

해킹 잘못은 H사에서 있었다. 이는 H사도 인정했다. <월간조선>이 입수한 H사가 빗썸에 보낸 문서를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당사는 Q사의 관리자 권한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었으며 관리자의 착오로 인해 해킹 이력이 존재한 지갑의 프리즈 상태를 언 프리즈 함.>

그러니까, 자신들의 실수로 문제가 되는 지갑을 풀어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빗썸 측은 해킹 책임이 있는 H사에는 아무 조치 없이 Q사의 코인만 해킹 등을 이유로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빗썸 측 관계자는 "H사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H사는 빗썸과 합작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빗썸 공식 블로그에 위클리리포트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경찰은 Q사와 H사가 관련된 해킹 사건을 조사 중이다. 그런데도 H사는 최근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과 가상자산 보안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은행은 H사 등과 함께 가상자산 수탁 전문기업 A를 만들었다. A사의 대표는 H사의 대표다. 

어떻게 보안 사고를 일으킨 보안 회사가 대형 은행과 함께 보완 관련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대형 은행은 H사 대표가 해킹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지적했고, 이 은행은 21일 H사 대표에게 경찰조사 여부에 대해 직접 문의했다. 

H사 대표는 이 은행 측에 "경찰조사 등에 피의자 신분으로 참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이 문제를 제기한 의원실에 이같이 해명했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H사 대표의 설명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리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다만 참고인 조사는 받은 것이다. 

이 은행 측에 문의하니, "H사 대표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니 블록체인 관련 부분이 복잡하다 보니 자문 형식으로 경찰에 사건에 관해 설명해주기 위해 참고인으로 조사는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H사가 받은 참고인 조사는 '자문' 형식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 형식의 참고인 조사는 사건과 관련 없는 제3자가 사건 해결을 돕기 위해 경찰에 협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H사 대표가 받은 참고인 조사는 사건 당사자로서 받은 것이라고 한다. H사가 관리하던 Q사의 코인이 해킹당했으니, 당연한 이치다. 

이 은행의 관계자는 국회에 "(H사의 경찰조사 관련 해명이) 허위일 경우 내 외부 검토를 통해 조처하겠다"고 보고했다. 

Q사 관계자는 "경찰에서 H사가 해킹 사건으로 위장해, 우리 코인을 갈취했을 수 있다는 증언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이에 우린 곧 관리책임 및 업무상 횡령으로 H사 대표를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 해킹 사건에 H사가 관련돼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증언을 확보하는 등 초반 활발했던 경찰 수사는 현재 어떤 이유에선가 제자리걸음이라고 한다. 

H사의 경찰조사 관련 해명이 오락가락한 것에 대해 블록체인 시장 일각에서는 "보안 업체인 자신들의 잘못으로 큰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지 않겠느냐"며 "이 해킹 사건과 비슷한 사건에도 H사가 연루된 것으로 안다. 그래서 애매한 답변을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Q사의 해킹 사건과 비슷한 또 다른 사건에도 H사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단도 Q사와 마찬가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H사 대표는 단순 실수로 인한 해킹 사건일 뿐 자신의 회사가 해킹을 가장해 코인을 탈취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란 주장을 경찰과 주변에 했다고 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