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또 이른바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종전선언’의 경우 당위성이 부족하고, 고의성 여부를 떠나 국가 안보 위협 요소를 증대하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바 없는데도 문 대통령은 이를 계속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핵 폐기’ 의사가 있다고 전 세계에 선전하고 다닌 북한의 김정은은 지금껏 “핵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일이 없고, 앞으로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전도사’나 된다는 듯이 돌림노래처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체회의에 보낸 ‘영상 개회사’를 통해 “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의 입구이자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마중물” “종전선언은 전쟁의 기억과 이산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해와 협력, 관용과 포용의 가치를 공유하며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시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길은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인류가 그토록 염원하는 평화의 길이 될 것”이라며 “불확실하고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고 해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썼고, 2018년 9월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과 소위 ‘공동 선언문’을 내놓으면서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표현은 북한의 억지 주장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한반도에 핵이 있는 곳은 북한뿐이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 또는 ‘북한 핵 폐기’가 정확한 표현이다. 더 엄밀하게 얘기하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운운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정은이 얘기한 ‘조선반도 비핵화’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한, 북한의 ‘용어 혼란’ 전술에 말려들 가능성이 큰 표현을 왜 쓰는 것일까. 

김정은이 이전부터 “확고하고, 일관되고, 변함없는 의지”라고 강조한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얘기하는 ‘CVID’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김일성 때부터 북한이 주장한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우산 제거’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방위 체제 해체’ 등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기만적인 ‘용어 혼란 전술’일 뿐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