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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리뷰] 초겨울 서현석이 선사한 "서울윈드"의 깊은 밤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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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지휘자 서현석(徐賢錫·강남심포니 명예 지휘자)이 12월 12일의 밤을 관악의 즐거움으로 채웠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의 ‘기쁜 소식’처럼 객석은 설렘으로 화답했다.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제109회 정기연주회가 이날 저녁 7시 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세종문회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주인공은 서현석. 그의 팔순기념 음악회로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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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서현석은 트럼펫 연주자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서울대 음대 1학년이던 1961년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입단하여 트럼펫 연주자로 활약했다. 한국음악계의 관악 발전이 절실함을 깨닫고 1974년 관악합주단 서울교향취주악단을 창단했는데 트럼펫 대신 지휘봉을 들었다. 지금의 서울윈드오케스트라(舊 서울윈드앙상블)의 전신이다.


88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그리고 각 나라의 국가를 연주 녹음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관악 연주력을 인정받아 1991~1993년 캐나다, 미국, 일본의 초청으로 순회 연주한 경험도 서현석에게 잊히지 않는다.


그런 그가 팔순을 기념해 ‘서울 윈드’로 다시 돌아가 후배 관악주자들 앞에서 지휘봉을 들었다. 이날 6개 연주 프로그램 모두 인상적이었고 서현석의 ‘팔십 연주 인생’을 느끼게 할 만큼 다양하고 다채로웠으며 흥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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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운명의 힘’

    서순정의 25현 가야금 협주곡 ‘뱃노래’(가야금 연주자 윤소현이 협연)

    페스킨(Vladimir Peskin)의 ‘트럼펫 협주곡 1번’ (트럼펫터 김성원)

   우종갑의 ‘관악합주를 위한 판타지’


2부 챈스(John Barnes Chance)의 ‘아리랑<한국민요 변주>’

    리드(Alfred Reed)의 ‘마림바와 관악을 위한 협주곡’(마림바 연주자 심선민)

    스파크(Philip Sparke)의 ‘씨어터 뮤직’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왜 첫 번째 곡으로 택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는 무언가의 운명에 이끌려 음악의 인생을 살았으리라. 

운명이란 내 뜻대로 매듭을 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하되 나머지는 운명에게 맡겨야 한다. 이 오페라에서 레오노라와 알바로가 그랬듯이. 관악이 현악 이상으로 아름답고 때로 비극적이며 팽팽한 긴장감을 던진다는 사실을 이날 연주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휘하는 서현석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평생 서양음악을 연주했지만 그는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다.

이 곡을 그가 직접 선곡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랬다면 놀라운 일이다.  가야금 협주곡 ‘뱃노래’챈스의 ‘아리랑’는 물론이고 서울 민요 <한강수 타령>를 모티브로 작곡된 우종갑의 ‘관악합주를 위한 판타지’도 우리 민요의 흥이 가득한 곡이기 때문이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몸짓으로 표현하지 못했으나 객석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휘하던 그의 어깨도 물결처럼 출렁이며 가벼워 보였다.

 

선화예중에 재학 중인 김성원 군이 페스킨의 ‘트럼펫 협주곡 1번’을 연주한 것도 서현석의 ‘빛나던’ 학창시절을 연상케 했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입니다. 부모님은 전형적인 농부셨죠. 10남매(6남4녀) 중 7번째로 태어났는데 음악을 접할 환경이 전혀 못 됐어요. 이천에 고아원이 한 곳 있었습니다. 혹시 애광원(愛光園)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그곳에 브라스밴드가 있었어요. 악기 원조를 받아 소년소녀들이 연주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음악이 좋았어요.”

  

그는 6·25전쟁으로 갈 곳 잃은 고아들이 연주한 음악을 통해, 악기를 통해 표현하는 격렬한 열정과 감동의 선율을 체험했고, 그 체험이 트럼펫 주자로 평생 음악과 인연을 맺게 만들었다. 

서현석은 또 배명중학교 시절, KBS교향악단에 있던 스승 조순명(서울대 음대 1950년 입학·경복고 교사 역임)을 만나 트럼펫에 눈을 뜨게 되었다.

 

어쩌면 이날 하이라이트는 ‘마림바와 관악을 위한 협주곡’이 아닐까. 한순간에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마치 고급스런 록 콘서트장 같았다. 마지막 스파크의 ‘씨어터 뮤직’을 들으며 인생은 누구에게나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진 관악 연주였다.


연주회가 끝나고 박수가 쏟아지자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메들리로 이어졌다. 탄성이 흘러나왔다. 12월이 가기 전에 객석을 메운 모두에게 무언가의 기쁜 소식이 들려올 것만 같은 희망이 객석을 채웠다. 서현석의 팔십 인생도 그렇게 흥분과 감동의 연속이었으리라.

입력 :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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