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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이어령 “홍보는 있는 것[팩트]을 정확히 알리는 일”

해외문화홍보원, 지난 50년 역사(1971~2021) 담은 《케이 컬처》 출간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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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유일한 국가 홍보 전담 기관인 해외문화홍보원(KOCIS)이 지난 50년 역사(1971~2021)를 담은 케이 컬처를 출간했다. 이 책의 부제는 ‘1971~2021 대한민국 해외 홍보 50년의 기록이다.

 

책 머리말에 박정렬 제29대 해외문화홍보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 50세가 되면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합니다. 지난 50년을 쉼 없이 달려온 KOCIS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는 창구가 되는 것인 듯합니다. KOCIS는 세계 속에 굽이쳐 흐르는 한류를 세계인이 보다 더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우리의 것을 바쁘게 실어 나르는 문화의 수레바퀴가 되겠습니다.”

 

월간조선은 4회에 걸쳐 케이 컬처에 실린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인터뷰

KOCIS를 빛낸 50가지 장면들 : 1970s, 1980s

③ KOCIS를 빛낸 50가지 장면들 : 1990s, 2000s

④ KOCIS를 빛낸 50가지 장면들 : 2010s, 2020s

 

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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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사진=해외문화홍보원

 

먼저, 한 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문화와 인문학에 대한 창조적 탐구에 일생을 바친 이어령. KOCIS 50주년을 맞이하며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그에게 문화 홍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로 시작했지만, 질문으로 끝난 이야기를 지면에 그대로 담아 본다.

 

홍보의 본질을 찾아서

 

이어령= 해외 홍보를 한다고 하면 우리의 것을 알린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 사람도 인간이고 한국 사람도 인간입니다. 영국 사람과 한국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을 꺼내 놓았을 때 그제야 서로 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했을 때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의 전달 방식 또한 달라집니다. 상호성이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요. 왜 전 세계가 BTS에 열광할까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왜 환호를 받을까요? 오늘의 문명사회에서 잃어버린 것을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찾아줬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라 하면 삼성 혹은 LG의 전자 제품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오징어 게임> 속 우리의 가난했던 시절 놀이 문화인 달고나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홍보란 다른 건 그만두더라도 가장 기본이 팩트 검증과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든다면, 해외의 거의 모든 나라가 개고기는 한국인만 먹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미 고대 중국 문헌에는 집 지키는 와치독(Watch dog), 사냥개, 먹는 개(식견)가 나옵니다. 그리고 지금도 홍콩 등 동양 삼국 아시아 일부에서 개고기를 팔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쓴 일본사첫 대목에 일본은 개고기를 먹는다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및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는 한국만이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올림픽 등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개고기 문제가 이슈가 되어 괴롭힘을 당해 왔습니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양을 기르는 서구와 달리, 개는 식용으로서 극히 자연스럽게 전통음식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근개화기 이후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개는 비로소 반려동물(Pet)로서 개념이 달라지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극히 일부로 남아 있습니다. 홍보는 없는 것을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팩트)을 정확히 알리는 일이라는 것을 부디 기억하세요.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

 

이어령= 음악, 드라마, 영화, 예술 등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겁습니다. 왜 우리의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근래 가장 큰 관심을 얻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초성은 드라마 속 게임에서도 나오듯이, 우주의 기본 문양을 상징하는 ○△□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자기 나라말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라고 한다면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급성장한 이면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잔인한 장면들에 대해 한국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라는 건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자기 언급이라고 볼 수 있지요. ‘나는 바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가 아닌 것처럼요.

이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나라는 정작 그렇지 않은 법입니다.

그러니, 부디 문화 콘텐츠를 편협한 시선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징적 빈곤을 넘어설 때

 

이어령=세상은 언어, 기호, 아이콘 등으로 통용되는 상징계’, 물건이나 실존하는 상태로 이루어진 물질계’, 그리고 법과 제도 등으로 만들어진 법체계로 나눠집니다.

여기에서 문화가 상징계에 해당한다면, 국가의 일을 하는 공무원은 법체계에 속합니다.

문화 홍보는 상징계법체계를 아우르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상징계법체계는 완전히 반대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둘의 균형을 잡는 일을 해야 하는 문화 홍보는 어려운 순간과 마주할 때가 많을 겁니다.

부디 흔들리지 마세요. 문화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제도에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문화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상징적 빈곤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달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는 물질계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징계에서는 어떤가요? 상상의 나래 속에서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상징계물질계’, ‘법체계이 세 개로 구성된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본인은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법체계’에 해당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물질계법체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반면, ‘상징계의 영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징적 빈곤이 얼마나 인간을 메마르게 한다는 것조차도 못 느끼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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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문학관에 마련된 이어령 전 장관의 저서와 서재. 사진=해외문화홍보원


초대 문화부 장관이라는 자리

 

이어령=돌이켜보면, 문화라는 상징계의 일을 정책과 제도의 지원을 받아 현실에 구현하는 일들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우물가의 두레박’, 부뚜막의 부지깽이’, 바위 위의 이끼라는 총 세 단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만해도 기업이나 기관의 기치는 멸사봉공(滅私奉公) 같은 사자성어가 흔했거든요.

 

우물, 부뚜막, 바위와 같은 주인공은 아니지만, 두레박, 부지깽이, 이끼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한 존재가 되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문서에 사용하던 명조체부터 안상수체로 바꿔서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안상수체는 프레임을 벗어나 정형화되지 않은 것처럼, 문화를 다루는 우리 문화부도 창조성을 발휘하자는 의도에서요. 처음에는 기존과 다른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엔 수용하더군요. 지금이야 흔해졌지만 한글날 세종로에 날리는 한글로 된 깃발들이 종종 기억이 나곤 합니다. 운전자들이 도로를 지나가며 나부끼는 깃발들을 보면서 자음과 모음으로 된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했습니다. 갓길이라는 용어, 쌈지공원 개발, 한국예술종합학교 개원 모두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했던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온 준비된 기회

 

이어령=유럽의 백설공주, 중국의 진시황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석유와 석탄이 소비되면 고갈되듯, 지금 예술의 문화적 자원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지요. 중국과 일본에 가려져 있던 한국 문화에 전 세계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주류 문화에 억눌렸던 수천 년 동안의 문화, ‘문화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원광 그 자체지요. 막말, 막사발, 막국수, 막춤, 막걸리. ‘이 붙으면서 우리만의 고유의 토속 문화로 재탄생됩니다.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야 발견된 것뿐이지요.

천하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세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듯이 말입니다. 김치가 익으면 묵은지가 되고, 밥이 타고 남으면 누룽지가 돼요. 벌레가 먹은 배춧잎은 시래기가 되고, 콩잎은 나물로 재탄생됩니다. 다른 나라라면 썩었다고, 탔다고 다 버릴 것들인데,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별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지금 세계가 열광하는 우리의 문화는 부족함에서 시작된 것들이었습니다.

 

100년 동안의 외로운 동행자

 

이어령=전 늘 혼자였습니다. 어떤 단체도, 조직도 가입하지 않았었지요. 늘 외로웠지만 이것 역시 제가 선택한 삶이었습니다. 결국 그 외로움 때문에 제 인생을 걸어 전착한 창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문화가 주목받는 것도 그 기저엔 외로움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륙도 해양도 아닌 반도에 외롭게 존재하는 대한민국. 그 안에서 생성된 문화가 고갈된 문화 예술 분야에 신선한 자극이 된 건 아닐까요? 저는 그간 한국의 저력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리라 믿었습니다. 그것이 문화로 발현되고 있으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누군가가 문화가 왜 좋냐고 묻더군요. 돈으로 느낄 수 없는 순수한 행복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계속)

입력 :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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