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는 주요국 37개를 대상으로 한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우리나라다. 무려 104.2%다. 100을 넘었다는 건 빚이 경제 규모를 추월했다는 의미다. 2위인 홍콩은 92.0%다. 

빚이 더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셈이다. 이후 영국(89.4%), 미국(79.2%), 태국(77.5%)이 5위권에 들었다. 오름폭 역시 37개국 중 가장 컸다. 지난해 동기(98.2%) 대비 6.0%p(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홍콩은 5.9%p, 태국은 4.8%p, 러시아는 2.9%p, 사우디아라비아는 2.5%p만큼 올랐다.  

가계 빚뿐만이 아니다. 경제 규모 대비 기업의 부채 비율과 증가 속도도 상위권이다. GDP 대비 한국 비(非)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2분기 기준 115.0%다. 홍콩(247.0%), 중국(157.6%), 싱가포르(139.3%), 베트남(125.0%)에 이어 다섯 번째다. 

IIF는 보고서에서 “각국의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글로벌 가계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000억 달러(약 1200조) 늘었다”면서 “조사 대상 국가 약 3분의 1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랐는데, 특히 한국과 러시아 등에서 두드러졌다”고 했다. 

가계부채는 자연히 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11월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됨에 따라 타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5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이자 부담액이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집값 상승에 가계 빚까지 불어난 상황. 여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금리 인상까지 속도를 내면 가계는 물론 금융시장의 충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계부채가 자산시장의 붕괴로 이어지는 ‘퍼펙트 스톰’ 우려도 제기된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