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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신간] 게임 폐인이었던 소설가가 쓴 메타버스 통찰書

작가 이인화, 《메타버스란 무엇인가》펴내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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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작가 이인화. 사진=월간조선DB

바야흐로 메타버스 시대에, 소설가 이인화씨가 《메타버스란 무엇인가》(스토리프렌즈 간)를 펴냈다.


그는 23년간 이화여대 국문학과 및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이화여대에 메타버스를 연구하는 가상세계 문화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으니 국내 최고의 메타버스 전문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고백하기를, “〈리니지2〉에 심취해 게임 폐인의 세계에 입문했고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리니지2 바츠해방전쟁 이야기》를 쓴 뒤 메타버스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고 한다.


책 내용 중 그가 즐겨 이야기했던 <로블록스> 경험담이 실려 반가웠다.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

 

이인화의 책.jpg


<…2021년의 어느 봄날, 나는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의 ‘입양해 주세요' 월드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임인 ‘입양해주세요 Adopt Me’는 <로블록스>에서 동시접속자 수가 가장 많은 월드이다.


나는 더할 수 없이 싼 티 나는 무료 아이템의 옷을 입고 머리 위에 “펫 좀 주세요ㅠㅠ”라는 말풍선을 띄우고 앉아 있었다. ‘입양해주세요’에서는 자신이 가진 반려동물(펫)이 부의 척도가 된다.


<로블록스>는 200여 개 국가의 어린이들이 접속해서 81개 언어로 떠드는 메타버스다. 월간 이용자 1억 6천만 명, 하루 접속자 4210만 명, 나는 아이들이 방방 점프하며 까르르 까르르 뛰어다니는 거리와 로마자, 키릴 문자, 아랍 문자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채팅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 세상에 뒤처졌다는 것,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는 슬픈 생각을 곱씹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한글이 적힌 말풍선이 떴다.


“하이욥…… 님, 거지세요?”


티라노사우루스의 공룡 가죽을 뒤집어쓴, 아주 몰골이 사나운 사용자였다. 보면 모르니. 나는 ‘네’하고 한글로 대답했다. 그러자 공룡이는 거래 신청을 하더니 뭘 주고 횡하니 가버렸다. 보지도 않고 수락 버튼을 누른 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벌떡 일어나 안경을 벗고 모니터로 얼굴을 가져갔다.


노안 때문에 잘못 본 줄 알았다. ‘네온 공작새’였다. 연주홍색 꼬리과 연초록색 날개의 두 가지 네온이 아름답게 빛나는, 허공의 회전 돌기가 우아한 공작새. 2200 로벅스, 3만 원 정도 하는 아이템.


네 마리를 키워서 합성하면 8800 로벅스 짜리 메가네온 공작새도 만들 수 있다.


이게 뭐야.


겁이 났다. 이대로 헤어지면 내가 ‘먹튀’(먹고 튀었다)라는 유튜브 동영상이 올라올 것 같았다. 나는 공룡이를 쫓아갔다.


“저기요! 님! 님! 잘못 주신 것 같은데요.”


그러자 공룡이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어드민 명령어를 써서 자신의 아바타를 10배 크기의 거인으로 부풀렸다.


‘괜찮아. 나 부~자야. 너도 파이팅’ 이라는 의미의 장난이었다.


“득템하세욥.”


공룡이는 그 말을 날리고 볼일 다 봤다는 듯 웅성거리는 군중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열두 살일까, 열세 살일까, 아니면 더 나이가 많을까…>


‘공룡이는 내게 왜 이런 걸 주는가?’


이인화는 이런 반문을 하면서 공룡이의 단호함, 당당함, 거리낌 없는 연대감에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네온 공작새가 부모의 용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제 손으로 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인화는 놀라고 확신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낳은 파산과 한탄과 무기력을 속에서 메타버스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될 것이라고.


그는 책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를 조심스레 건네며 이렇게 덧붙인다.


“어른들은 접촉의 공포, 경제적 공포, 불안과 불행을 이야기한다. 여행은 줄고 인터넷 활용은 늘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넷플렉스와 유튜브로 시간을 보내면서 정보 추천 알고리즘이 만드는 편향성에 중독되어 간다.


각기 자기가 듣고 싶은 각기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자신의 목소리만 산울림처럼 반향되는 밀실에서 사는 것 같다. 사랑이 말라붙고 고립과 분열, 갈등이 확대되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희망이 되살아난다. 메타버스의 아이들이 말하고 있다.


‘당신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처럼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감을 당신들도 누릴 자격이 있어요. 이 생기발랄한 세상은 어떤 경우에도 죽지 않아요. 이것은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소설가 이인화가 궁극적으로 이 책이 제시하려는 명제는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다.


“워즈워스가 말한 진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입니다. ”


Ps- 이 책의 추천사를 이어령 선생이 썼다. 각별함이 느껴진다.


“인간은 250만 년 동안 먹을 것을 찾고 모으는 채집 행위자였다. 수렵으로 얻는 식량은 얼마되지 않았다. 21세기 인류의 컬렉터 본능이 아이템을 모아 사고파는 메타버스에서 구현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고찰하여 그것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임을 말하고 있다. 16년 동안 메타버스를 연구해온 저자가 정말 필요하고 혁신적인 통찰을 내놓았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초대 문화부 장관)

 

입력 :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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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NBAL (2021-11-13)

    이인화... 천재국문학자. 이십대후반에 이화여대 국문학교수 동시에 좋은 책들 많이 만들다 세상을 잘못만나 빨갱이들한테 억울하게 고생했는데 이제 다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것같네요. 참 다행입니다. 세상을 위해 다시 열심히 노력해 주세요. 재능이 아깝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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