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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중간평가 공약, 노태우 벤치마킹?

노태우, 집권 후 중간평가 공약 백지화... 안철수는 성공할까?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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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며 내세운 중간평가 공약이 눈길을 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선되면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받고 국민 신뢰를 50% 이상 받지 못하거나 22대 총선에서 본인이 소속된 정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하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고 했다. 


대다수 언론은 파격이라고 보도했으나, 사실 이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달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안 대표가 발표한 것과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12월, 여당인 민주정의당 사무총장에 이종찬 의원(전 국정원장)을 임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종찬 의원에게 “이제 당을 장악하고 언제든 대사를 치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는 취지의 덕담을 건넸다. 당시 이종찬 의원은 중간평가 소신론자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사무총장 임명은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됐다.


결론적으로 중간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을 치른 지 2년 만에 또다시 국민투표 형식으로 노 대통령의 재신임을 물을 경우, 거기에 소요되는 국가적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는 반론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중간평가는 노 대통령 임기 2년 차인 1989년경에 실시하기로 돼 있었다. 앞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상태였고, 그해 5공(전두환 정권)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각종 청문회를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 백담사행(行) 등 굵직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숱한 국가 중대사가 휩쓸고 간 상황에서 중간평가까지 한다는 건 노태우 정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도 중간평가 유보에 한 몫을 했다. 이종찬 의원은 사무총장에 취임하자마자 중간평가를 대비해 당 조직을 정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노 정권 실세들에게 다른 인상을 심어줬다.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됐던 이종찬 사무총장이 당 조직 정비를 빌미로 ‘제 사람 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산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여권 내부에서 중간평가 여론이 비등해지자 노 대통령은 “6·29 때 걸었으면 됐지…내 팔자는 뭘 걸라는 팔자냐”며 푸념조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정치적 대도박'을 감행한 바 있다. 중간평가 역시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내키지 않는 도박이었던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제1야당인 평화민주당 김대중 총재(전 대통령)도 중간평가에 반대 입장을 취했다는 점이다. 김대중 총재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중간평가를 국민투표로 하는 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어떻게 헌법을 위반하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에 크게 못 미치는 125석을 얻는데 그쳐 야3당에 끌려다니던 처지였다. 김대중 총재의 중간평가 위헌(違憲) 주장은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노태우의 ‘중간평가 모험’은 이렇게 무위(無爲)로 끝났다. 안철수 대표가 이런 선례(先例)를 알고 공약으로 내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중간평가 공약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씹어 먹기도, 그렇다고 뱉기도 어려운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란 것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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