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방북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9일 (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교황도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또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면서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교황은 3년 전인 2018년 10월 만났을 때도 같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러나 교황의 방북은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앞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대수천)은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을 정치적 이벤트로 규정, 28일 청와대 봉황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관련 기사: https://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3799&Newsnumb=20211013799)

코로나 상황 등 때문에 당장 교황 방북이 사실상 어려운데도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남북 대화 재개나 내년 종전 선언 추진을 위해서 아니겠냐는 의심이다. 

결국 정치적 이벤트라는 것이다. 

대수천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의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교황 성하를 이용하려는 것은 신앙의 가치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했다. 

대수천은 교황청 대사관을 방문해 서신을 전달하기도 했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평화의 사도이신 교황 성하의 북한방문이 닫힌 북한 지도자의 마음을 주님의 사랑으로 활짝 열고, 개인의 자유와 신앙마저 억압하고 있는 공산 세력의 폭정 하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계기가 된다면 저희로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신 교황 성하의 방문이 주님의 숭고한 뜻과 배치되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기에 저희들은 이 점에 대하여 매우 우려하는 바입니다.(중략) 문 대통령의 교황성하 북한방문 요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오직 여당후보의 당선을 위한 정치적인 이벤트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활용하여, 북한의 비핵화와는 하등 상관없는 정치적 이벤트로 이용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결국 이 같은 정치이벤트 이후 김정은은 북한의 비핵화는커녕, 북한 주민에 대한 폭압정치를 더욱 가속화하였고,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오히려 한층 고도화되었습니다. 고귀한 교황님의 발걸음이 사악한 세력의 정치공작에 악용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하겠기에, 공의롭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실 것을 한국 가톨릭평신도의 마음과 신념을 모아 교항성하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