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 병·사진)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에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홍 부총리는 “내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2일 유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아무런 법·제도적 장치 없이 가상자산에 대해 무리하게 과세만 하려는 점을 비판했다”면서 “정부가 세금을 걷으려면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현재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법·제도적으로 전혀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과세를 위한 어떠한 체계도 구비돼 있지 않다”며 “갑자기 정부가 돈이 급하다고 700만명이나 되는 가상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소득세를 걷겠다는 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삥’을 뜯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지난 20일 《한국경제》가 보도한 가상자산 관련 보도에 대해 같은 날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기재부는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이행을 위한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①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고객 동의 얻어 취득원가 정보를 타 거래소에 제공하는 방안 협의 ②국세청에서 지난 7월 4대 거래소로부터 문의 사항 사전 수집 후, 8~9월 중 현장 방문 컨설팅 실시, 10월 말 2차 컨설팅 예정 ③해외에서 국내 거래소로 이전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은 해외 거래소에서 취득할 당시 매입가격 ④다른 국내원천소득과 동일하게 비거주자 여부는 거주자 증명서로 확인 가능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경준 의원은 “문제 제기에 대한 반박이기에 추가 답변을 하겠다”며 “①의 경우, 국내 가상화폐 거래 참여 투자자는 700만명에 달해 매번 개인 동의를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많은 거래소가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데 새로 인가가 될 때마다 기존 인가 거래소들은 개인정보 동의를 계속 다시 받아야만 한다”며 “법적 근거만 마련하면 손쉽게 해결될 일인데 법은 개정하지 않고 모든 불편과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했다.

유 의원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4대 거래소의 입장을 들어봤다”며 “한 차례, 1시간을 만났다고 한다. 어떤 가이드라인도 컨설팅도 없었다. 2~3차(로 만나) 명분 쌓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도가 확립될 수 있는 진짜 컨설팅이 이루어지고 나서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에 대해 유 의원은 “현재 대표적인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의 경우 취득 원가에 대한 매입 가격 정보를 증명할 어떠한 서류도 발급해주지 않는다”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무슨 수로 매입 가격을 증명해야 하느냐. 증명하지 못하면 국세청은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조차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부가 국제 협약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라고 했다.

유경준 의원은 “정부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데 무작정 세금만 내라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국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에 관한 법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과세는 이후 문제”라고 주장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