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에 성공했다. 다만 목표 궤도에 진입시켜 위성체를 완전분리하는 데는 실패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우주강국 진입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한 누리호는 발사 후 전 700km 목표 궤도까지 도달하는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위성모사체 더미 위성(dummy)을 정상 분리하는 데는 실패했다. 위성 발사는 성공했지만 원하는 곳까지 수송하는 마지막 단계가 과제로 남은 것이다.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이륙한 누리호는 지상 100m까지 수직 상승한 뒤 2분 후 59㎞ 지점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됐다. 이어 약 4분 뒤 191㎞ 지점에서 페어링이 분리됐고, 4분34초 뒤 258㎞ 상공에서 2단 로켓엔진도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이후 3단 로켓의 추진력으로 비행을 시작한 누리호는 인공위성을 투입하는 700km 목표 궤도까지 도달했으나 위성모사체를 불완전 분리했다. 

그러나 누리호의 이번 첫 발사가 이정도의 성공을 거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3년 국내에서 3차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러시아 기술의 엔진이 탑재돼 있었고, 1-2차 발사에서 실패한 바 있다. 세계적인 우주 선진국들도 자체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의 성공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누리호는 12년에 걸쳐 순수 한국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다. 누리호는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300개 기업이 참여해 완성했다. 연구인력은 250명이 동원됐고, 예산은 2조원 가량이 투입됐다. 2010년 3월 개발 사업이 시작돼 2018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비행모델을 제작했으며, 올해 8월 최종 조립을 완료했다. 누리호에 사용된 부품은 38만 개에 달한다.

한국은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에 이어 열 번째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다.  

누리호는 내년 5월 2차 발사가 예정돼 있으며 2027년까지 4차례 추가 발사를 한다. 목표 궤도 인공위성 투입이 성공하면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1t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나라가 된다.

글=권세진 워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