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구갑)은 17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終戰)선언에 대해 “미중(美中)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종전선언은 북핵 존중 선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만나 대북(對北) 정책 등을 협의한 것을 두고 “서 실장은 미국에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밝혔으나 백악관은 회담 후 공식 자료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했다. 

지난 12일 미 워싱턴에서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를 마친 서훈 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쉴 틈 없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진정성을 재확인하고 언제든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미 측에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태영호 의원은 “아마 서훈 실장은 설리번과의 협상에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처럼 종전선언을 평화와 비핵화의 입구, 출발점으로 하자는 내용을 전달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을 것이고 분명 ‘북한의 선(先) 비핵화’ 입장을 고수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종전선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지금까지 미국은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 표명이 없다”면서 “이는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쯤 되면 적어도 미국이 종전선언이라는 단어 정도는 언급할 수 있지만 이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 미국 정부의 속내는 분명히 강한 선 비핵화 입장의 피력”이라고 밝혔다. 

태영호 의원은 “중국 역시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지난 9월 2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없이 그저 ‘전쟁 상태 끝내고 휴전체제 전환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의 중요한 부분이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라며 관련국들의 노력을 지지한다’라고만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런 반응은 2018년 중국의 입장과는 분명히 대비된다”며 “당시 중국은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를 3번이나 언급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태 의원은 “미국과 중국의 행태를 살펴보면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분명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며 “미국은 ‘선 비핵화’, 중국은 ‘남북 간 대화 지지’ 정도로 종전선언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했다.

태영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누구도 지지하지 않은 종전선언에 대해 재고(再考)해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견고히 하는 북핵(北核) 인정 선언이자 북핵 존중 선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