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분야 국가핵심기술 보톡스 기술, 중국에 넘어가나? : 월간조선

미국의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는 중국의 시후안의약(四环医药)이 자회사(子會社)의 영업기밀을 침해한 혐의로 중국 자본이 중심이 된 사모(私募)펀드 회사인 CBC(C-Bridge Capital)를 중국 법원에 고소했다고 지난 9월 2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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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중국 제약회사와 사모펀드 간의 분쟁으로 보이는 이 송사(訟事)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 중심에 국내의 보톡스(보톨리눔톡신) 제조회사인 휴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젤은 2016년 이후 국내 보톡스 시장의 50%를 차지해 온 이 분야의 절대 강자다. 휴젤은 지난 8월 25일 1조 7000억원에 매각되었는데, 인수 전에는 삼성, 신세계, SK 등의 참여설이 돌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휴젤을 인수한 것은 GS가 참여한 다국적 컨소시엄 아프로다이트 홀딩스(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 LLC)였다. 아프로다이트 홀딩스는 GS그룹과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출자한 해외 법인인 SPC(특수목적법인). 아시아 헬스케어 전문 투자 펀드 CBC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GS그룹이 휴젤을 인수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컨소시엄 내 최대 주주는 중국계 자본인 CBC그룹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후안의약과 분쟁이 일어난 바로 그 회사다.

C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중국의 시후안의약은 휴젤과의 제휴를 통해 성장한 회사다. 2012년 휴젤과 계약을 맺어 휴젤이 중국에 수출하는 보톡스 제품에 대해 독점권을 갖게 되었다. 이후 휴젤의 보톡스 제품의 중국 내 임상 개발 및 시장개척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으며, 2020년 10월 휴젤의 보톡스 제품인 레티보의 중국 수입 승인을 받아냈다. 시후안의약의 의료미용 분야 자회사인 베이징미안공간과기유한공사(北京渼颜空间科技有限公司이하 베이징미안사)가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레티보 수입 승인을 받은 이후, 시후안의약의 시장 가치는 76억 홍콩 달러 수준에서 금년 6월에는 최고 371억 홍콩 달러로 급상승했다. 레티보는 금년 1월부터 중국 시장에서 출시되었는데, 시후안의약이 금년 상반기에 의료미용제품 분야에서 2억 5800만 위안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후안의약 및 베이징미안사의 주장에 의하면, 작년 10월 CBC가 북경미안사와의 심도 있는 협력을 이유로, 시후안의약 및 북경미안사등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자산실사를 요청해 왔다고 한다. 양측은 이를 위하여 상호간의 기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자산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자산실사가 완료된 후 CBC는 시후안의약 및 베이징미안사 측과 연락을 끊었고, 시후안의약측은 금년 3분기에 들어 CBC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아프로다이트홀딩스)이 휴젤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보도를 접했다는 것이다. 자산실사를 통하여 CBC가 자사의 핵심 영업비밀을 확보하였고, 이를 휴젤의 인수 과정에 이용했다는 것이 시후안의약 측의 주장이다.

시후안의약 측과 CBC 간 분쟁이 벌어진 것은 중국의 의료미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중국 의료 미용 시장은 시장 규모가 1176억 위안에 달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료 미용 시장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의료 미용 산업의 연평균성장률이 약 2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보톡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시후안의약 측과 CBC의 분쟁은 휴젤이 생산하는 한국산 보톡스의 중국 내 수입대리점 역할을 하던 회사와 휴젤을 인수한 컨소시엄의 핵심인 중국계 자본간의 분쟁인 셈이다.

휴젤의 M&A에는 아직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것이다. 산자부가 휴젤의 M&A를 심사, 승인하는 것은 휴젤이 보유한 ‘보톨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보톨리눔 독소를 생산하는 균주 포함)’이 ‘국가핵심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이다. 현재 생명공학분야의 4개 기술을 포함해 모두 71개가 지정되어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M&A하는 경우 정부(산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휴젤 M&A와 관련해 산자부가 심사하는 것도 휴젤을 인수하는 컨소시엄 아프로다이트 홀딩스에 중국계 자본인 CBC를 비롯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휴젤의 전 소유자(매도자)인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의 매각 법률 자문을 맡은 김&장은 M&A 전문 변호사들을 투입, 휴젤측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