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27일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과 관련 “저와 국정원 전 직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지원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은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는 물론 국정원 지휘체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실행됐다”며 “정·관계, 학계 인사와 관련 단체, 그리고 그 가족과 단체 회원까지 사찰하고 탄압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문화·예술·종교계 인사들의 동향 수집, 연예인 블랙리스트 작성, 친(親)정부 세력 확보를 위한 특정 단체·사업에 대한 금전 지원 등 과거 국정원이 벌인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사례를 열거하고 “국가정보기관을 ‘정권 보좌기관’으로 오인하고 정권 위에 국가와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망각했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반면 친 정부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각계 인사와 단체를 직간접으로 지원했다”며 “국정원이 단체와 기업의 금전을 지원하고 연결해주고 특정 사업에는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또 “과거에는 국정원장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다고 하지만 이제는 제가 걸어가면 새 한 마리도 날아가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정권의 부당한 지시도 없었다”면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불법사찰은 없다고 단연코 말씀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은 완전히 개혁을 마쳤다”고 단언했다.

박 원장은 아울러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 “이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라며 “저와 국정원 전 직원은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원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국정원 불법사찰 재발 방지 결의안’ 이행 차원이다. 이 결의안은 “국정원장이 재발 방지와 국민사찰의 완전 종식을 선언하고 해당 사찰 피해자·단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