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한 후보 12명이 한 자리에 모여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를 가졌다. 그러나 눈에 띄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 '싱거운' 발표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를 개최했다. 예비후보 전원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이날이 처음이다.

각 후보는 각자 7분의 시간을 갖고 비전을 발표했고, 발표회는 약 2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가장 먼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무너진 서민, 취약계층의 삶을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을 것이고 정치권력이 불법과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사법기관에 압력을 가하고 흔드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서민 복지국가'를 약속했다. 포퓰리즘적 분배가 아닌,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선진복지를 제시했고, 부동산 분야는 세제 개편과 금융지원 완화, 도심 고밀도 개발 등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자신이 민주당과의 선거에서 '5전5승'을 거둔 사람이라며 경쟁력을 강조하고 "문재인 정부에게 빼앗긴 꿈을 찾아 국민들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또 "100조원 규모의 담대한 투자를 하고 혁신 성장판을 키워 30년 미래 먹거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깨끗한 신인 정치인임을 강조했다. 그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통령이 나라와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또 청년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을 상대로 본선 경쟁력을 자신하며 경제 및 안보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웠다. 그는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약속하는 동시에 약 8년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약했던 점을 강조하며 "북한과 중국에 당당하게 맞서는 든든한 안보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과거 인천 송도 신도시를 만들어 낸 경력을 강조했고, 박진 의원은 외교안보 분야 강점을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타 후보에 비해 젊은 청년정치인임을,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에 중점을 뒀다.

또 육군 대장 출신 박찬주 전 국민의힘 충남도당 위원장은 안보를,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각 분야에 침투한 좌파세력 제거를 강조했다. 

한편 윤희숙 의원은 이날 오전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논란과 관련, 의원직 사퇴와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고 이 자리에 불참했다.

당초 예비후보 토론회로 예정됐던 이날 행사는 일정을 기획한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의 월권 논란으로 치달으며 결국 발표회로 끝났다.

서로에 대한 비판이나 논쟁은 없었지만, 이슈도 없는 '맹탕' 발표회였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이어졌다. 또 지지율이 높은 유력 후보들이 비전을 밝히지 못한 점, 타 후보가 발표중일때 자리를 떠난 후보들이 많았다는 점 등이 아쉬움을 샀다. 토론회가 끝난 후 홍준표 의원은 "초등학교 학예회같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