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던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 의원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은 저마다의 손익계산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슈는 첫째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회에서 윤 의원 사퇴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인가, 둘째 의원직 사퇴와 대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윤 의원이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 셋째 윤 의원 사퇴가 결정되면 공석이 되는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에는 누가 출마할 것인가 등 크게 세 가지다.

국회의원 사퇴는 본인이 사퇴 의사를 밝히더라도 최종적으로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여권이 180석(제적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결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대선정국에서 최근 '이재명 저격수'로 활동했고 권익위 조사에 문제점을 제기한 윤 의원 사퇴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 어떤 행보를 걸을 것인지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앞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바 있는 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직에 도전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했다.  KDI 출신 경제전문가인 윤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 대선 후보들로부터 캠프 합류 요청을 다수 받아왔고 출마 선언 후에도 단일화 요청을 받아온 만큼 후보 캠프에 합류해 경제분야 브레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될 서울 서초갑 지역구는 야권 정치인들의 뜨거운 관심사가 될 공산이 크다. 주민의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서초갑은 1988년 서초구가 강남구에서 분구된 후 새로운 지역구가 된 13대 총선부터 단 한 차례도 민주 계열 정당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고 무소속과 보수정당 후보만이 당선됐다. 인근 강남갑, 강남을, 서초을 지역구는 민주계 후보가 당선된 적이 있다. 

특히 서초갑은 최근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리버뷰 등 반포지역 한강변 재건축이 완료되고 원베일리 등 한강변 대단지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평당 가격이 1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 됐고, 한강변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강남구에 비해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세를 보이는 서울의 대표 부촌이 됐다.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서초갑은 보수정당 내에서 수도권의 '베스트 지역구'로 불린다. 20대 총선에서 신설된 강남병 지역구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20대 총선에서 윤희숙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부진에도 비롯하고 62.60%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치 신인이었던 윤 의원에 대한 지지도라기보다는 정당에 대한 지지도라고 봐야 한다.  또 서초구는 서울 25개 구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 구청장(조은희)이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탈북자 출신의 첫 지역구 국회의원인 강남갑 태영호 의원은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당으로부터 (수도권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 높은 곳이 서초갑이라며 서초갑 출마를 권유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윤 의원이 사퇴가 결정되고 보궐선거가 확정되면 국민의힘 내에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거물급 정치인이 이곳에서 재기를 노릴 수 있다는 예상과 당 지도부가 정치 신인을 내세울 것이라는 예상 등 다양한 예측이 나온다. 다만 '보수정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사실상 통용되는 지역인 만큼 섣부른 특정 인물 공천 논의는 당내 반발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9, 20대 총선과 제7회 지방선거(2018년) 서초구청장 선거 등 지역에서 세 번 출마한 이정근 지역위원장이 지역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낙선으로 경쟁력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20대 총선에서 서초을 지역에서 출마했던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이름이 거론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