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서(老舍‧1899~1966년)는 현대 중국 문단의 거성(巨星)이었다. 특히 1936년 작 ‘낙타샹쯔(駱駝祥子)’는 하층민들의 삶을 잘 그려낸 중국 리얼리즘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을 동정하던 그는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후 대륙에 남는 편을 선택했다. 이른바 ‘신중국’에서 그는 공산당원이 아니면서도 전국인민대표대회 대의원, 인민예술가, 베이징작가예술가동맹 위원장 등으로 예우를 받았다. 하지만 잇따른 정치적 격랑 속에서 그의 작품은 점차 공산주의체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비판받았다. 이에 위축된 라오서는 점차 작품활동을 접게 되었다.
1966년 5월 문화대혁명이 시작됐다.1966년 8월 23일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사무실에 들른 라오서는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나가보았다. 인근 8‧1중학 홍위병들이 고서화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고 있었다. 홍위병 중 한 명이 그를 알아보고 “1급 반동분자 라오서다!”라고 외쳤다. 라오서는 작가예술가동맹 소속 작가예술가 20여명과 함께 홍위병들에게 끌려갔다. 어린 홍위병들은 67세의 노인 라오서의 머리을 반쯤 밀어버리고 얼굴에 먹물을 칠한 후 목에는 ‘반동분자’라는 팻말을 걸었다. 그리고 쇠버클이 달린 혁대로 죽도록 라오서를 구타했다. 피투성이가 되어 실신한 그는 경찰서로 옮겨졌지만, 경찰은 그에게 “오늘은 집에 갔다가 내일 아침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했다. 그가 입은 피해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그의 반동분자 혐의에 대한 조사였다.
다음날 아침 라오서는 어린 손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집을 나섰다. 그는 하루 종일 집 근처 타이핑(太平)호수의 벤치에서 멍을 때리고 앉아 있었다. 그날 밤 그는 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은 일반적으로는 자살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홍위병에 의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마 라오서는 공산화된 중국에 남기로 했을 때, 어린 시절 가난하게 자랐고, 평생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공감하면서 살아온 자신이, ‘신중국’에서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면서 ‘신중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라오서는 공산당의 '신중국'에 대한 망상을 품었던 데 대해 자신의 목숨으로 그 값을 지불해야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지식인, 문화예술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공산왕조를 위해 복무하기로 작정한 자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종종 세상을 선한 시각으로만 바라보면서, 개혁이나 진보에 대한 낭만적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들에게 라오서의 삶과 죽음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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