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집안싸움에는 이준석 대표도 한몫했다.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했고, 자기 식대로 경선을 주도해 특정 주자에게 유불리를 주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경선 여론조사 때 여당 지지층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 장치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혀야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하태경 의원 등은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경선 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고 기다렸더니 사람들이 운전대를 뽑아가고, 페인트로 낙서하고, 의자 부수는 상황”이라며 “버스에 앉았더니 운전대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대로 가다간 이 대표의 정치 인생도 무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는 22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에게 ‘당 선관위원장’ 제안했다.

그간 이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일부 대선 주자, 최고위원 간에 의견이 갈리자 서 의원이 당 선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홍원 전 총리는 공정하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라, 당 선관위원장을 맡는 것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검사 외길을 걷던 정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인 2012년 19대 총선 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당시 정 전 총리는 권영세 의원 등과 함께 공정한 공천을 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소위 친박 핵심들은 이재오, 정두언, 김용태 세 사람은 절대 공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정 전 총리가 공천을 밀어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설득한 것도 그였다. 

이 대표가 정 전 총리에게 ‘당 선관위원장’ 제안한 것은 지신이 편파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란 분석이다. 일부 세력이 계속 '이준석 흔들기'에 나섰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정권 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대표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표직을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라고 쓴 윤석열 캠프의 민영삼 국민통합특보가 사의를 표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