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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작가가 말하는 소설 《충칭의 붉은 봄》 사용 설명서 ②

서명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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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아주 특별한 소설이 출간됐다. 《충칭의 붉은 봄》은 다큐멘터리보다 더 생생하게 중국 내부 권력투쟁을 포착한 다큐소설이다. 중국 전문가이자 여행작가인 슈퍼차이나연구소 서명수 대표의 실명 소설. 중국 권부의 실체를 파헤친 실록 다큐면서도 허구다. 작가는 이 소설의 설명서를 《월간조선》에 전해왔다.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래픽 자료=조선일보DB

#2-1. 충칭의 붉은 봄은 다큐멘터리와 상상력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한 편의 정치멜로다큐드라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동시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상상력의 조합이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중국 정치권력의 내부고발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정치권력이 그러하듯이 권력투쟁은 관찰자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대하드라마다.

대중과 인민이 알아서는 안 되는 금기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대중은 교묘하게도 단편적인 토막난 이야기들로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라는 허상을 새롭게 구성해내기도 한다.

 

작가는 때로 베이징과 상하이 충칭과 청두는 물론 닝샤의 사막에서 만난 라오바이싱의 입을 통해 권부의 내막을 전해 들었다.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수많은 중국친구들을 통해 전해지는, ‘이너 써클에서 유통될법한 적나라한 중난하이 소식은 중국 권부의 내막은 생생했다. 권력핵심인 중난하이를 둘러싼 모든 이야기들은 대중의 관심사였다.

베이징의 뒷골목 한 발마사지(足疗)업소에서 귓가에 들리던 이야기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보시라이(薄熙来)라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해요. 태자당은 우리와는 다른 부류들입니다. 그가 곧 황제가 될 거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요. 혹시 보시라이와 통하는 사람을 찾아 사업을 한다면 앞으로 중국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마사지사의 부드러운 손길에 선잠이 든 필자의 눈이 번쩍 뜨이는 시중의 소문이었다.

보시라이라는 이름이 농민공들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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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하던 보시라이. 사진=서고 출판사.

 

2010년 즈음이었다.

 

시진핑과 리커창이 최고지도자 자리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신의 계시나 천자의 하명을 받은 것처럼 서민들의 입에서는 그들이 아닌 보시라이가 더 유명했다.

 

보시라이는 따리엔에서부터 유명세를 탔지만 보시라이의 미래에 대한 라오바이싱들의 기대 섞인 전망과 예시 같은 입소문은 불안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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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충칭 난산리징호텔 1605

 

외국인 마약사범 신고가 있었다.

그가 충칭에 도착하기도 전에 신고된 이상한 전화였다. 그리고 며칠 후 마약사범으로 신고된 그 외국인은 고급호텔 낯선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휘감듯 흐르는 장강을 낀 충칭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난산(南山)경관지구내의 고급 리조트호텔 난산리징호텔’(南山麗景飯店) 1605.

 

이틀간 방문 앞에는 请勿打扰’(Do not disturb) 팻말이 걸려있어 청소조차 하지 못한 방이었다.

이틀간 인기척이 없어 객실담당 직원이 마스터키로 문을 연 방안은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이미 공안국에 마약사범으로 신고된 바 있는 외국인으로 충칭시 공안국이 행적을 주시하고 있던 인물이다. 방안 테이블에는 마약 흡입 흔적이 있었지만 시신의 상태는 독극물에 의한 사망으로 누구나 추정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공안국이 작성한 사망증명서 상의 사인은 불분명했다.

 

사건수사에 보시라이 서기의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조속한 처리를 공안국에 부탁했고, 공안국장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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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헤이우드

 

놀랍게도 사망자의 신원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로 밝혀졌고, 곧바로 주중영국총영사관에 긴급 통보됐다.

 

중국공안당국은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초범이라도 절대로 선처하지 않으며 특히 마약판매책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할 정도의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영국과의 아편전쟁을 치렀던 치욕적인 역사를 치른 아픈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마약에 대한 중국당국의 엄격한 대응을 빌미로 한 협박범죄도 종종 발생한다.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중국공산당이나 정부당국, 혹은 중국 사업파트너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설 경우. 엉뚱하게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례들이 실제로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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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중국 인터넷. 조선일보DB. 왼쪽부터 부인 구카이라이, 보 전 서기, 아들 보과과.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가족. 왼쪽부터 부인 구카이라이, 보시라이, 아들 보과과

 

#2-3 코드블루에서 코드제로까지

 

난산리징호텔 변사사건은 여러 가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마약사범으로도, 타살로도 조사되지 않고 신속하게 화장 처리됐다. 그리고 한동안 세상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왕리쥔 국장의 망명기도사건이 없었다면 이 사건의 진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채 조용히 묻혔을 것이다.

 

충칭의 붉은 봄은 처참하게 독살당한 영국인 닐 헤이우드의 중국내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한 젊은 청년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거쳐 중국에 와서 베이징의 한 대학에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까지는 그저 아시아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며 지옥에서의 한 철을 보낸 랭보(A. Rimbaud)처럼 중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중국을 사랑하기 시작한 호기심 많은 영국 청년이었다.

정확하게는 중국인의 영국 사랑 편집증과 한 영국인의 어긋난 중국 사랑이 빚은 비극이었다. 중국인인 그녀는 변호사이자 투자컨설팅사를 운영하면서 외자투자 관리에 도움을 주고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영국영어를 가르쳐 주는 과외교사(辅导)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그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헤이우드는 일생의 반려자로 중국여인과 오리엔탈리즘적인 사랑에 빠졌다.

영국식 사랑은 직진이었고 마침내 영국남편-중국아내커플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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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호텔사건의 주역은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谷开来)였다.

헤이우드는 구카이라이의 부름을 받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충칭에 갔다가 죽임을 당했다.

그 역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충칭으로 떠나면서 그동안 보시라이 일가와의 관계와 프랑스에 소재한 그들의 저택 등 모든 자료를 영국에 있는 변호사에게 맡겼다.

 

소설은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과 청두 충칭 등을 연결하는 서방첩보기관과 중국 공안당국간 치열한 첩보전과 납치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는데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구카이라이는 애증의 극단으로 치달았다. 충칭호텔 직전까지도 신경질적으로 헤이우드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섬뜩하리만치 헤이우드에게 집착했다.

죽음의 두려움까지 느낀 헤이우드는 그녀와의 만남과 사업관계 청산을 결심하고 투자사업 컨설팅에 대한 밀린 보수를 요구하는 장문의 요청서를 보냈고 이에 격분한 그녀는 결심했다.

이미 남편 보시라이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입성이 내부적으로 확정되고 있던 시점이어서 구카이라이는 자칫 헤이우드의 존재가 권력내부 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보시라이가 몰랐을 리 없는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충칭에 도착한 이상, 헤이우드의 신병을 요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충칭공안의 포위망 속에서도 서방 블랙요원의 도움을 받아 안가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헤이우드는 들이닥친 괴한들에 의해 납치됐다.

난산호텔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생일이었다. 마지막 생일파티를 해주러 온 길이었지만 마지막 정사를 나눌 생각조차 없었지만 함정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설은 죽음의 정사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독은 삽시간에 온 몸으로 퍼졌고, 그녀는 테이블을 어수선하게 어질러놓고 조용하게 1605호를 빠져나왔다.

 

그 과정을 지켜본 또 다른 눈이 있었다.

제복의 그는 CCTV를 확보한 후, 카메라를 끈 상태에서 방으로 들어갔다. 현장사진을 확보한 후 주사기를 들어 발목에서 검붉은 피를 뽑아 챙겼다.

확보된 CCTV와 혈액샘플은 화장된 헤이우드의 사인과 범인을 확정시켜 줄 결정적인 증거로 다시 등장한다.

 

헤이우드가 충칭에 도착한 이후 납치 사망에 이르기까지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추격전과 활극이 벌어지면서 CIAMI6 모사드 정보기관 블랙요원들의 활동상이 드러난다.

헤이우드가 구카이라이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연인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행적은 늘 정보요원들의 주목받았고 그의 정보는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를 이해하는 귀중한 고급정보로 통했다.

헤이우드가 특정 정보기관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블랙요원의 최후가 그렇듯이 그의 정체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 사건이후 당 중앙기율위의 조사를 받던 보시라이는 헤이우드를 정보기관의 간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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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DB. 보시라이 보유 런던 호화 주택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부부가 2000년대 초 영국 런던의 고급 주택가인 사 우스켄싱턴에서 사들인 호화 아파트.

 

#2-4 공안국장 망명실패

 

그렇게 변사사건이 종결됐다면 드라마는 극본이 쓰이지도 않았고 인기드라마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는 완벽한 미래를 꿈꿨다.

 

따리엔에서 충칭까지 범죄와의 전쟁은 물론 최고위층에 대한 도청을 통한 권력핵심의 최고 조력자이자 최측근으로 일하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해 온 왕리쥔 국장의 존재가 부담스러졌다.

곤란한 처지에 빠졌을 때는 단호하게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그동안 왕 국장을 통해 처리해 온 관례였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왕 국장이었고 직감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알아차린 그는 미국영사관 망명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이 장면에서 시진핑 부주석과 그의 미국측 파트너인 바이든 부통령이 등장한다.

 

왕리쥔 망명사건은 중미관계의 거의 모든 채널이 가동될 정도로 중대한 외교안보사안이었다.

청두 미총영사는 곧바로 베이징의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를 호출했고, 로크 대사는 백악관과 핫라인을 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을 순방 중이었고 백악관을 지휘하는 현장에는 바이든 부통령이 있었다. 그는 이미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는 지중(知中)파였고 외교파트너인 시진핑 부주석의 예우를 받는 등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아주 이상할 정도로 신속하게 왕 국장의 망명사건을 매듭짓고 다음 날 곧바로 왕 국장의 신병을 중국 측에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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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의 야경. 사진=서고 출판사.

 

협상조건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의 인권‘, 티벳 등 소수민족의 독립요구 등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던 미 정부가 망명을 요청한 중국공산당 고위간부를 중국에 넘겨준 것은 그동안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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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융캉 정법위 서기

 

며칠 후 중국의 미국의 대중무역역조해소 요구 등 미중 현안처리와 최고지도자 수업이자 세계외교무대에 데뷔차 시 부주석이 방미길에 올랐다.

방미한 시 부주석을 극진히 환대한 바이든 부통령은 두툼한 봉투하나를 전했고 공교롭게도 그날 열린 중국공산당 정치국 긴급 상무위원회에서는 보시라이에 대한 처분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만장일치가 원칙이었지만 보시라이 처분 결정은 저우융캉 정법위 서기 등 상하이방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 부주석의 동의로 쐉카이’(双开·공직해임과 당적박탈)처분이 확정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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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작가

입력 : 20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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