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의 붉은 봄》은 중국정치를 관통하는 다큐소설이다.

다큐가 아닌 소설이다.

소설이 아니면 절대로 기록할 수 없는 아주 내밀한 중국정치의 깊숙한 이면을 담았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이해하는 중국의 현실보다 더 생생하고 대하드라마와 같은 중국권부의 공개되고 숨겨진 이야기다.

‘다큐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충칭의 붉은 봄》은 중국에서는 금기(禁忌)로 여겨지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 내의 갈등과 로맨스 혹은 추문을 거침없이 사실처럼 다뤘다. 때로는 소설이 현실보다 더 사실적이고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에는 소위 자유로운 ‘언론’이 없다. 언론대신 방송과 신문이라는 ‘매체가’ 있을 뿐이다. 그들의 뉴스보도는 ‘알 권리’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알리고 싶어 하는 선전선동의 도구로 쓰인다.

그러나 선전선동 기사의 이면에 숨어있는 팩트(fact)를 작가는 찾아낸다.

그 작은 팩트들을 모아 지면과 화면으로 보여지는, 중국의 정치문화보다 더 박진감 넘치고 스펙타클한 드라마를 그렸다.

 안개 낀 충청시 전경이다. 사진=서고 출판사 제공 

#1. 소설 《충칭의 붉은 봄》은 금기(禁忌)를 허용하지 않는다.

소설은 시진핑의 2022년까지 갔다가 마오의 시대로 내달리는가 하면 장쩌민과 덩샤오핑, 후진타오 시대 등 시간과 공간을 교묘하게 넘나들면서 복선을 깐다.

중국에서라면 이 소설은 시작은 물론 출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100세에 이른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관영매체를 통해 수년 째 흘러나오지 않는다. 공식석상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2019년 신중국성립 60주년을 기념하는 국경절 행사이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충칭의 붉은 봄》은 장 전 주석의 유고설(有故設)을 쉽게 내던진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인 2022년 하반기 당 총서기 3연임을 현실화하면서 장기집권을 공식선언하려는 시진핑(习近平) 주석에게 상하이방의 존재는 불편하지만 필요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정적(政敵)이라고 할 수 있는 세력은 상하이방 뿐이다.

장수하고 있는 장쩌민의 존재 혹은 유고는 시 주석이 주도하는 중국공산당의 권력지형에 적잖은 변수로 등장할 뜨거운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정치적 대응은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당(當) 97세였다.

덩샤오핑이 94세로 서거한 것과 비교해도 3년이나 더 장수한 셈이다.

2022年 7月5日 저녁 7시 중국관영방송 CCTV 메인뉴스시간이었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긴급속보였다.

‘중국공산당 전 국가주석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역임한 장 동지께서 신병치료를 위해 베이징 301 인민해방군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나 병세가 악회되어 오늘 오전 6시 서거하셨습니다.

이에 중국공산당 중앙전국인민대표회의와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는 전 당과 전 군 및 전국 각 민족과 인민에게 장 동지의 서거를 고(告)합니다.’

수시로 흘러나오던 그의 유고설은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부고로 현실이 됐다.

CCTV는 마치 그의 죽음을 준비해둔 듯이 곧바로 그를 추모하는 일대기와 다큐멘터리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충칭의 붉은 봄》은 가상의 부고를 현실화하면서 그것이 몰고 올 파장을 미리 내놓지는 않는다.

그것은 온전히 장기집권을 꾀하는 시황제, 시진핑 주석과 그의 장기집권을 못마땅해하는 당내 불만세력 혹은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의 몫이기 때문이다.

1988년 개혁개방의 파고가 서민물가폭등으로 이어지자 시중에는 다음과 같은 노래가 유행했다.

“마오쩌둥의 아들은 전선(戰線)으로 가고, 린뱌오의 아들은 정변(政變)을 일으키고, 덩샤오핑의 아들은 복권(福券) 장사를 하고, 자오쯔양의 아들은 컬러TV로 폭리를 취하네.”

혁명원로와 중국공산당 고위간부 가족들에 의한 매점매석과 폭리 등을 ‘관다오’(官到)라고 하는데, 관다오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톈안먼(天安门) 사태의 기저에 깔려있었다.

티벳 라싸에서의 대규모 유혈시위가 일어나서 당시 후진타오 티벳 자치구 서기가 무력진압에 나선 것도 1989년 2월이었다.

1989년 4월 15일 저녁 7시 CCTV는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서거 소식을 전했다.

후야오방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전 중국이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전국적으로 애도의 물결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대학생들이 개혁개방의 전도사였던 후야오방을 추모하기 위해 톈안먼 광장에 집결했다.

그것이 톈안먼사태의 시발이었다. 4월22일 후야오방에 대한 추도식이 톈안먼에서 거행됐다. 그가 사망한 병원은 인민해방군 301병원이었다.

시진핑의 3연임과 장기집권을 구체화하는 시국에 터지게 된 ‘장쩌민 유고’는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에 톈안먼에 대한 트라우마를 상기시킬 지도 모른다.

소설은 그에 대한 전망이나 미래 상황에 대해서는 어느 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는다.

왕치산 부주석. 사진=서고 출판사 제공 

#2. 또 한 사람 주목해야 할 시 주석의 최측근이 있다.

‘7상8하’ 관례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에서는 물러났지만 금융차르로 돌아가 부주석을 맡은 왕치산 부주석의 권한은 생각 외로 광대무변하다.

오죽했으면 금융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앤트그룹의 뉴욕상장 하루 전, 금융당국의 불호령을 받고 상장을 포기하고 주식마저도 내팽개치게 되었을까?

시진핑 중국의 금융실세, 금융차르는 왕치산 부주석이다.

소설은 그의 납치실종설을 둘러싼 계엄상황과 미묘한 권력 내부 상황을 설정한다.

2022년 세계금융의 원시 발상지인 산시(山西)성 핑야오(平遥) 고성에서 열린 ‘금융포럼’에 참석한 왕 부주석이 한 밤중 고성을 산책하다가 괴한들에 의해 납치 실종되는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의 실종은 최고 권력 강화를 앞두고 있는 시 주석에 대한 적대세력의 경고일 수도 있고, 혹은 정변에 대한 예고일 수도 있었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위기상황을 서슴치 않는다.

시 주석의 거침없는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저지른 무모한 정치적 모험일까, 아니면 친위자작극인가? 음모의 끝자락은 여전히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소설은 베이징 교외 감옥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보시라이의 모습을 넌지시 비춰준다. 보시라이는 갇혀있더라도 잔존 상하이방과 공청단이 비밀리에 규합하는 빌미가 되는 새로운 권력투쟁의 시작인가?

소설은 다시 충칭으로 돌아간다.

‘빅브라더의 세상‘이 구축되면서 보통사람의 일상조차도 감시하는 중국이다. 그러나 소설은 직전 후진타오의 시대로 돌아가기도 하고,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시대로 날아다닌다.

#3. 충칭에도 봄이 왔다. 붉은 봄이다.

늘 ‘안개경보’가 발령되던 장강 기슭,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 악명높은 충칭에 ‘붉은 봄’(红色春天)이 왔다.

지금껏 보지 못한 따리엔의 사나이가 지방당 최고지도자로 부임한 것이다. 보시라이(薄熙来)라는 잘생기고 역동적인 혁명원로의 아들이 당서기로 와서 충칭을 온통 붉은 깃발로 물들이게 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2007년이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서기도 아닌 서부내륙 깊숙한 오지, 쓰촨(四川)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충칭시가 <당 중앙>의 정치적 주목을 받고 전 중국 인민, 라오바이싱(老百姓)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대스타가 될 줄은 그 때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이자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2012년 새해 ‘보시라이 사건’이라고 불리는 그 일이 터지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중국 권력지형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3연임을 확정지은 시진핑 주석의 최고 권력은 물론이고 보시라이의 정치적 위상이 어떻게 되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쿠데타는 지금껏 중국에서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보시라이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군사적 충돌을 비롯한 쿠데타는 사상처음으로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

《충칭의 붉은 봄》은 보시라이 전 서기의 독백과도 같은 ‘옥중일기’로 프롤로그를 연다.

“...밥짓는 동안 꾼 꿈에 지나지 않는

한단지몽(邯鄲之夢)인가,

한바탕 놀았더니 잠에서 깬 일장춘몽(一場春夢)이던가,

아니면 나비가 되어 날아간 호접몽(胡蝶夢)이던가.

천하를 다스리던 천자(天子)의 꿈이

눈 앞에 다가왔다가 허망하게 깨져버렸다.

세평짜리 독방에서 하루를 보내는 수인(囚人)의 신세,

자금성(紫禁城) 벗어나지 못한

어린 마지막 황제의 처지와 다를 바 무엇인가.

그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니 홍금빛 고궁(故宮)이 아니라

간수들이 눈을 부라리는 친청(秦城) 이었네...”

보 전 서기는 그 사건으로 솽카이(双开) 처분을 받고 당적을 박탈당한 채 재판을 받은 후 베이징 교외 ‘친청(秦城)교도소’에 갇혀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谷开来) 변호사도 영국인 살인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같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보시라이 부부는 결국 이전투구 끝에 옥중이혼을 했고 구카이라이가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다.

2007년 9월 7일 오전 한중정상회담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이 정상회담 후 가진 조약 개정 협약식에서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과 중국 보시라이 상무장관의 협약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4. <충칭의 붉은 봄>은 보 서기가 충칭 장베이 공항에서 무장경찰 지휘관 등 부하들을 대동한 채 쿤밍(昆明)으로 향하는 비행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눈을 감았다.….”

보시라이의 갑작스러운 쿤밍 행은 왕리쥔 사건이 터진 후, 즉각 쿠데타실행을 타진하려는 의도에서 감행됐다.

쿤밍에는 ‘보씨집안군대’(薄家军)이라고 불리던 군부대가 있었다.

부친 보이보(薄一波)가 중국혁명과정에서 조직한 14집단군 40사단이 그 부대다.

“狗崽子!(꼬우짜이즈, 개새끼)!”

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몽고족 출신 ‘충칭의 인민영웅’ 칭호를 받은 왕리쥔 전 국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미리 손을 썼더라면, 왕 국장의 발을 묶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이 앞섰다.

‘보시라이 사건’은 보시라이 서기의 권력핵심 입성이 확정되다시피 한 2012년 2월 벌어졌다.

그 일은 범죄와의 전쟁을 총지휘한 ‘인민영웅’ 왕리쥔이 갑자기 사라져 미국총영사관으로 망명을 요청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왕리쥔 사건의 왕리쥔 전 충칭공안국장. 따리엔 시절의 모습이다. 

#5. 왕 국장은 타고난 감각으로 위협을 느꼈다.

그가 미국영사관에 가기로 한 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전날 숙청인사가 단행됐다. 전날 아침, 보 서기에게 불려 들어갔다가 그 자리에서 발길질을 당했고 자칫 난도질당할 뻔 했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지만 간담이 서늘했다.

더 이상 중국 대륙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미국밖에 없었다. 정치적 망명승인을 받으려면 그에 걸 맞는 엄청난 정보를 줘야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았다.

그는 보시라이와 관련한 핵심 자료를 챙겼다.

보시라이와 상하이방 세력이 모의한 쿠데타 계획이었고 보시라이 일가의 비리와 축재 및 해외 재산목록도 있었다.

보다 정치적 폭발성을 지닌 자료는 보 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의 한 영국인 살인죄와 관련된 것이었다.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한 왕 국장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곧바로 고속도로를 탔다. 충칭(重庆)~청두(成都) 고속도로.

한 백발의 노파가 운전하는 선팅 짙은 차량이 고속으로 청두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차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청두 시내로 들어갔다. 미행차량이 없는 지 한 바퀴 회전교차로를 돌더니 약속이나 한 듯이 청두 미국총영사관으로 빨려 들어가듯 진입했다.

이것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충칭시 전 공안국장 왕리쥔의 미국망명시도 사건이다.

한 시간여 후 충칭에서 도착한 무장경찰부대(武警)의 장갑차를 위시한 무장병력이 청두미국총영사관 건물을 포위했다.

청두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미·중국 전쟁이라도 벌어진 줄 알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웨이보에 올리기 시작했다.

국가안전부와 현지공안의 긴급보고에 당 중앙과 당 중앙군사위는 현지무경과 군부대를 미총영사관으로 급파했다.

창홍따헤이 캠페인 하나인 전국홍가(红歌)부르기경연대회 중 붉은 무용. 사진=서고 출판사 제공 

#6. 창홍따헤이

시진핑 부주석(2010년)은 보시라이 서기의 '창홍따헤이(唱红打黑) 캠페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보시라이의 ‘창홍따헤이’는 중국혁명을 찬양하고(창홍) 범죄조직을 때려잡자(따헤이)는 정치구호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시 부주석이 상하이서기가 된 후 권력구도에 극적으로 다가갔다면 보시라이는 오랫동안 상무부장울 한 끝에 충칭시 서기로 오게 된 전말도 중요하다.

차기 지도자후보군에 속하던 천량위 전 상하이 서기가 2006년 사회보장기금 비리사건으로 낙마했다.

상하이방의 근거지인 상하이 서기가 주범인 상하이 상하이사회보장기금 비리사건은 상하이방에게 치명타였다.

그렇다고 장쩌민 전 주석을 좌장으로 한 상하이방은 상하이 서기 자리를 타 계파에 절대로 양보할 수는 없는 처지에 몰렸다.

결국 당시 후진타오 전 주석과 권력게임을 한 끝에 한정 상하이 시장을 상하이 대리서기로 앉히는 전략이 주효했다. 공청단 차기주로 꼽히던 리커창(李克强)을 상하이 서기로 앉히려던 후 전 주석의 계획은 불발됐다.

천하의 대세는 그 때 일찌감치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상하이의 사회보장비리사건은 워낙 엄청난 비리여서 상하이방은 우선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을 대리서기로 앉히는 것으로 방어했다. 중국 지방도시에선 당 서기가 서열1위, 시장이 서열 2위다.

1년 후 시진핑은 상하이서기로 갔고,

상무부장(장관) 보시라이의 단독플레이는 물론 공청단의 리커창 카드도 무산됐다.

상하이에 입성하는 순간, 시진핑은 리커창에 앞서게 된다.

상하이서기는 닭쫓던 개 격이었지만, 1선(一线) 특별시 충칭 서기가 된 보시라이는 ‘황제는 멀리 있다’는 경구를 십분 활용한다.

인구 3200여만이 거주하는 중국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는 충칭은 이제 막 서부대개발의 전진기지로서 해외자본이 몰려드는 노다지였다. 충칭은 신흥 범죄조직들이 활개치는 범죄의 소굴이었고 흑사회 각축장이었다.

‘창홍따헤이’는 그런 충칭 재생 프로젝트이자 보시라이의 중앙무대 진출을 위해 기획된 핵심전략이었다.

창홍따헤이 캠페인은 칭의 범죄조직을 소탕하고 그들과 유착된 충칭시당과 시의 공안관료들을 처단하는 대대적인 ‘범죄와의 전쟁’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배후는 전임 서기이자 공청단 차기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던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당시)를 겨냥한 것이자 정파로서의 공청단을 공략하려는 카드이기도 했다.

충칭의 대중은 범죄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한 따리엔시 공안국장 출신 왕리쥔(王立军) 공안국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보시라이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구사했다. 왕 국장은 ‘인민영웅’ 칭호를 받았고 ,보시라이는 무상으로 공짜돈 살포를 통한 ‘홍빠오(红包)의 정치학’을 실천했다. 붉은 봉투에 담아주는 공짜 홍빠오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창홍따헤이 캠페인은 이제 중국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둥을 숭배하고 마오의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붉은 홍색캠페인으로 충칭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최고지도부 가운데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제외한 7명의 상무위원이 ‘충칭을 배우자’며 충칭을 잇따라 방문했다.

창홍따헤이를 통한 중앙정치국 상무위 진입전략이 거의 성공단계에 이르렀다.

#7. 왕리쥔 사건 직후 보시라이의 윈난행(云南行)과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마오쩌둥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 후계자가 된 린뱌오(林彪) 원수의 1971년 쿠데타기도 사건이다.

‘문화대혁명’을 발동시켜 후계자 류샤오치(刘少奇)를 숙청하고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탈환에 성공한 마오쩌둥은 린뱌오를 후계자로 대내외에 공포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감시와 의심 속에 린뱌오는 쿠데타를 계획했다가 그 계획이 발각되자 황급하게 비행기 탈출을 감행했다.

저우언라이 총리가 도주하는 린뱌오 격추를 건의하는 순간, 비행기는 국경을 넘어 내몽고로 넘어가고 곧바로 항적이 사라진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게 되어있고

과부는 재혼하는 게 하늘의 도리.

린뱌오는 도망치고 싶어했지.

그가 원한다면 그렇게 내버려둬.

격추시키지는 말게...”

서명수 작가

보시라이의 윈난행도 격추공포에도 불구하고 무사했지만, 그의 처지도 마오(毛)시대의 린뱌오의 처지와 다를 바 없게 됐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