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권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40대 사이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과 관련해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조국 사태와 부동산정책 실패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권을 지지해 왔던 40대 지지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백신 문제는 좌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백신 취약 계층'이라는 자조적 별명을 스스로 붙인 40대들은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정부의 백신 수급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특히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언제까지 믿어야 하나, 이제 지쳤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온다.  

뿐만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 구했다던 모더나 백신 공급 물량이 '반토막'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40대의 황망함은 커졌다.  다른 세대에 비해 백신 공급과 접종이 늦어졌지만 올해 안으로는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용히 기다려왔던 이들이다. 그러나 지난달 50대의 백신접종 온라인예약이 먹통사태를 일으키면서 40대의 불안감은 커졌고, 모더나 사건으로 불안감은 분노로 변하고 있다.  

분노의 원인은 명백하다. 코로나19 초기대응 및 백신조기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오히려 생색내기에만 앞장서면서 국민을 기만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K-방역과 '대통령의 직접 백신 확보'를 강조하고 홍보해 왔다.   

이번에 공급차질을 빚은 모더나 백신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건 지난해 12월 29일 브리핑에서다. 겅민석 대변인은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스테파네 반셀 최고경영자(CEO)와 오후 9시 53분부터 27분간 전화 통화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4000만회분)을 공급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020년 12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모더나 CEO와 화상통화를 했다고 발표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청와대 

이어 애초 정부가 모더나와의 협상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한 1000만명 분량의 두 배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백신 관련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계약을 했다고 홍보한 것이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모더나는 두 차례에 걸쳐 백신 공급을 지연시켰다. 실험실 문제 등을 이유로 7월에 공급 예정이던 백신은 8월로 지연됐고, 8월 공급 계획이었던 백신은 물량의 절반 이하로 공급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부 국민의 접종이 늦어질 전망이다.  

'모더나 사태'에 대한 사과는 청와대가 아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했다. 권 장관이 사과한 9일, 문 대통령은 아침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0% 이상의 국민들이 1차접종을 끝냈고 추석전 3600만명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며 "확보한 백신 물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해 반드시 목표달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발언했다.  대체 국내 상황을 알고는 있는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맞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가 야기한 수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지지층'은 존재했다.  그러나 백신 문제는 다르다. 사회활동이 정점에 달한 40대와 그들의 자녀인 10대는 다른 세대가 다 백신을 맞았을 때 백신을 맞지 못하고 직장과 학교로 내몰리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이 정권을 지지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