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 전 대통령 8.15 사면설에 과거 '친박'들은 지금 : 월간조선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8·15 광복절 특별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청와대측은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박 전 대통령은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사면설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기자는 <월간조선> 8월호 취재 과정에서 과거 '친박'으로 불렸던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사면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사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총리는 "사면보다 석방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의 얘기다.

“대통령 두 사람을 가둬놓고, 특히 한 분(박근혜)은 4년 이상 수감돼 있는데 정말 후진국적인 행태입니다. 미얀마가 그러는 걸 보면 후진국이라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그런 모양새가 돼 버렸습니다. 사면보다 석방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

정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더라도 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가 2년 이상 가까이 접촉하면서 본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석방된다고 해서 당장 정치활동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내 입장에서는 그분이 원로로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총고와 조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쉽게 행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의 일원이었던 김용갑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원은 "사면은 정권 바뀌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며 "보수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휘둘릴 게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는 카리스마와 대중성,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대단하고 내가 본 정치인 중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지도자였지만 이미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며 "이제와서 사면해달라고 사정하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박근혜가 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수호를 자처하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몇 달 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8.15 사면을 예상하고 당 일정을 그에 맞춰 놓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공화당은 8.15 사면을 전제로 여러가지 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면 당일부터 즉시 명예회복을 위한 투쟁 및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현재 조 대표는 전국 주요 시장과 5일장을 돌며 '조원진과 함께 희망배달'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순회중이다. 일종의 대선 행보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함께 우리공화당의 대권 도전 계획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광복절 사면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사면이나 석방된 후 거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삼성동 집을 처분하고 내곡동에 사저를 마련했지만, 이 집은 국정농단 사건 형 확정 후 벌금과 추징금을 자진납부하지 않아 강제처분에 들어간 상태로. 8월 공매 입찰에 부쳐진다. 일부 남아있던 수표와 예금도 검찰이 강제추징에 나선 상태다. 사면 후 거처를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고민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