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저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만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회동 직후 ‘여야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당의 철학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14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12일 늦은 시간에 당대표 간 회동이 끝났는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라는 표현에만 초점이 맞춰져 보도됐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아니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협의하는 데 합의했다’는 표현이 맞는다”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송 대표에게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강화가 우선’이라는 전제를 앞세웠다”며 “‘이 내용이 관철되면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는 80%가 됐든 뭐가 됐든 (당내에서) 논의해보겠다’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유경준, “이 대표 방안대로 하면 전 국민 지급 사실상 어려워”

14일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구병)은 “자초지종을 파악하면 송 대표와 이 대표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면서“이 대표의 생각은 소상공인을 집중 지원한 뒤 여유가 있으면 소득 하위 80% 이상에게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유경준 의원은 “소상공인을 집중 지원하면 재원상 소득 하위 50% 수준까지만 재난지원금을 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어렵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일률적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남발보다는 실제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선별해 차등 지급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재명 경기지사도 최근에는 자신이 내세우는 ‘기본소득제’에서 후퇴했다. 현실은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당 수석대변인, “이 대표가 입장 번복? 변화 없다”

14일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 회동 직후 입장과 현재 이 대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물음에 “이 대표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당시 회동에서 여야 대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공감했다”며 “다만 이 대표는 현재 추경 범위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선결 조건으로 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내건 조건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며 “여야 대표는 각자 원내로 돌아가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회동 직후 여야 수석대변인 발표에서도 ‘추후 논의를 해나가겠다’는 내용을 밝혔다”고 했다.

지난 12일 여야 회동 직후 여야 수석대변인 브리핑에서 황보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이지 않으냐’는 물음에 “전제는 현재까지 검토된 (정부)안에 비해 훨씬 개선된 피해 소상공인 지원책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황보 수석대변인의 말대로 현재보다 더 두터운 피해 소상공인 지원책을 전제로 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속보 때문에… 이준석, “대권 주자들 불편한 듯”

14일 이준석 대표는 KBS라디오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최대한 확대하고 남는 비용이 있으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한다는 게 우리 당의 최종안”이라고 했다.

이어 윤희숙 의원 등 자신을 비판한 당내 인사를 가리키며 “대권 주자분들이 다소 좀 불편한가 보다”라며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보상을 우선해야 한다는 관점을 합의에 담았는데, 언론이 속보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원 합의’라고 보도하니 우리 당 대선 주자들이 좀 강하게 반발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송영길 대표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차별 없이 잘 돼서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 야당과 협의해서 공감대 만들어가겠다”고만 했다. 송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선결 조건으로 밝힌 ‘소상공인 우선 집중 지원’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