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 정국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최모씨와 동업했던 J씨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J씨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소위 ‘X파일’ 관련 자료 중 상당수가 최씨와 J씨간의 소송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2017년경 J씨가 인터넷 매체 A와 인터뷰한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는 A매체가 2018년 초, 기자에게 취재에 참고하라는 취지로 보낸 이메일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자는 A매체로부터 171페이지에 달하는 파일 두 개를 받았다. 상하(上下)로 된 파일의 제목은 <윤석열은 묻고 ○○○(J씨)은 답한다>(상)와 <윤석열 누가 죄인인가>(하)였다. 상권이 A4용지 89페이지, 하권이 82페이지 분량으로, J씨가 쓴 일종의 진정서 형식의 글이다. 이때 기자가 받은 상당수의 자료들이 현재 X파일이란 이름으로 시중에 떠돌고 있다.

참고로 A매체는 윤석열 전 총장에게 비판적인 매체다. 인터뷰 제목도 <뼛속까지 민주인 ○○○(J씨)의 호소, 윤석열은 아니다>였다(상단 사진 참조).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J씨 인터뷰 기사는 A매체에 보도되지 않았다. 실제 기자가 A매체로부터 받은 자료도 ‘인터뷰’라는 명칭은 달고 있었지만, 정식 인터뷰 기사가 아닌, J씨의 발언을 거칠게 받아 적은 A4 용지 다섯 장짜리 자료였다.

이 자료는 J씨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적어 윤색된 부분이 거의 없다. 장모 최씨와 윤 전 총장 아내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눈길이 가는 대목이 많다. 그중 하나가 J씨가 접촉했던 수많은 언론사였다. J씨는 최씨와 소송을 벌이며 겪었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기자들과 만났던 사실을 A매체에 털어 놓은 것이다. 이 자료엔 J씨가 접촉했던 일부 기자들의 휴대전화 번호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J씨가 최씨에게 악감정을 가진 계기는 대강 이렇다. 두 사람의 갈등은 외환위기로 파산한 서울 송파구 스포츠센터 건물 채권에 2003년 공동 투자하며 시작됐다. J씨가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최씨가 계약금 10억원을 내 채권을 인수했다. J씨는 당시 “투자 수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약정서를 썼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채권 양수로 얻은 53억원을 모두 양도 받자 J씨는 2003년 11월 최씨를 상대로 26억5000여만원에 대한 배당금가압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후에도 최씨와 J씨는 숱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J씨가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J씨는 무고, 모해위증 등 혐의로 수차례 최씨 측을 고소했지만 최씨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J씨는 2011년에는 재심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2017년에는 최씨에 대한 무고죄로 다시 법정 구속돼 1년을 복역했다. 이렇듯 J씨와 최씨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에 빠졌다. 

A매체가 기자에게 보낸 자료에 따르면, J씨가 2006년경부터 접촉했던 언론사는 총 20여 개 매체에 달했다. 신문사, 방송사, 주간지, 그리고 인터넷 매체 등 거의 모든 매체를 망라하고 있었다. 이중 J씨와 최씨의 갈등(소송전)을 보도한 매체는 몇 없었다고 J씨는 주장했다. 그가 A매체에 한 말이다.

“(모 방송사의 경우) 방송 2~3일 전에 기자가 전화해서 회사 사정상 못 나간다고 (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경우) 기자가 2008년 8월경 급히 연락이 와서 이걸 다 취재…. 9시뉴스 메인에 나간다고 했다. (그후) ‘회사 사정상’ 안 된다고 (했다)…. 해당 기자는 미국으로 연수갔다. (그 외 또다른 방송사의 경우) 2004~5년경 기자는 수사하는 과정부터 취재. 수사 검사들이랑 잘 안다고, 만날 일 있으면 대법원 1층 구내식당에서 만나 대여섯 번 대화. 취재 자료도 제공. 가타부타 얘기도 없이 연락이 안돼서 알아보니까, 연수를 갔다. 미국으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했는데 문자도 넣고, 일체 묵묵부답.”

반면, 모 신문사는 J씨와 만나 보도를 약속했다고 한다. J씨가 A매체에 한 말이다.

“(모 신문사 기자) 고○○. 김○○이 불러서 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깜짝 놀랐다. 기자회견해야한다고 급 제안. 2008년 8월 경. 법무사 자수한 것과 양○○ 차명계좌 주인 데리고, 징역 나와서 바로 ○○ 김○○을 선임. 기자회견을 제안. (또 다른 신문사 기자) 박○○를 불렀다. 단독 아니면 안 한다면서 빠졌다. 금요일에 만나서 월요일에 기자회견 하자. 일체 연락을 안 받고.”

J씨는 A매체 인터뷰에서 최씨와의 소송전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 어디에 가장 실망하셨는가.

“언론. 검찰을 견제하는 건 법원. 취재하는 기자들이 받아쓰기 하지 말고 제대로 보도하면 일부러 적폐청산 할 것도 없다…. 법조 3륜(검사, 판사, 변호사)인데, 검찰은 썩었다고 치자. 판결을 제대로 하면 검찰개혁 된다. 판사까지 X판이면, 변호사들이 견제할 수 있다. 3륜이 다 썩었을 때는 언론이 사명을 다 해줘야 하는데. 광고비, 경영을 핑계대면서 받아쓰기하고….”

그렇다면, J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었을까. 2000년대 후반 J씨를 만났던 모 일간지 기자 B씨(현재는 퇴직)는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엔 J씨가 억울한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J씨 주장에 믿기 어려운 대목이 등장했다. 특히 최씨를 비롯해 윤석열 전 총장 아내 사생활 관련 부분이었다. 시작은 J씨와 최씨의 소송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주장이 나오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사생활 관련 부분은) 언론이 다룰 영역이 아니지 않나. 우리뿐 아니라 다른 매체도 그런 이유로 J씨 주장을 보도하지 않은 것 같다.” 

흥미로운 건 이때 J씨를 외면했던 모 방송사가 조국 사태 이후인 지난해, J씨에게 시사 프로그램 하나를 할애해 J씨와 최씨의 소송전을 집중 보도했다는 점이다. 물론 J씨 주장에 많은 무게를 실어주는 내용이었다. 이 방송사뿐 아니라 소위 친여(親與) 매체를 비롯해 비슷한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도 J씨가 출연했다. 이 시기는 윤석열 전 총장이 문재인 정권과 극한 대치를 벌이던 때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