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차관이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영상이 공개됐다. 작년 11월 사건 당시 이 차관은 택시기사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줬고, 경찰은 내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작년 말 <조선일보> 보도로 사건이 드러나면서 이 차관은 다시 수사를 받고 있다. 

2일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은 37초 분량이다.  해당 영상에서 이 차관의 집 근처에 도착한 택시기사가 "여기 내리시면 돼요"라고 하자 이 차관은 "이 XXX의 XX"라며 욕을 했다. 택시기사가 "왜 욕을 하세요"라 묻자 뒷좌석에 앉아있던 이 차관은 손을 뻗어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고 "XXX 너 뭐야?"라고 했다. 택시기사가 "신고할 거예요. 목 잡았어요. 다 찍혔어요"라 하자 이 차관은 목을 쥔 손을 풀고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택시기사는 사건 당일 경찰에서 한 1차 진술에서 이같은 내용을 진술했지만 이틀 뒤 이 차관을 만나 합의금을 받았고,  다음날 피해자 조사에서 이 차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냈다. 단순폭행 혐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폭행이 운행중에 일어났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고, 정차 후 일어났다면 단순폭행인 만큼 폭행이 언제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다.  이 차관은 이에 대해 택시기사에게 "기사님이 내려서 나를 깨우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은 것으로 하자"며 '말맞추기'를 시도했다.  사실상 운행중에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를 단순폭행으로 무마하려 한 정황이다. 그러나 서초경찰서는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편 경찰은 최근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것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조만간 이 차관에게도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차관측은 3일 입장문을 내고 "1000만원은 블랙박스 삭제 댓가가 아닌 합의금"이라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 차관측 입장문에 따르면 이 차관은 사건 이틀 후인 11월 8일 택시기사에 제공한 1000만원에 대해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위 금액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1000만원을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대가로 건넨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차관 측은 "합의가 종료되어 헤어진 이후 택시기사에게 전화해 '영상을 지우는게 어더냐'는 요청을 했고, 택시기사는 이를 거절했다"며 "이는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뿐,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했다.

택시기사 폭행사건 3주 뒤 법무차관에 임명된 이 차관은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이 차관은 합의금이 제공 사실이 보도되고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 당일인 2일 오후 반가를 냈고, 3일도 연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았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